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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원상복구시킨 R&D예산, 젊은 연구자 키울 몫 더 늘려라

정부가 내년 국가 주요 연구개발(R&D) 예산을 올해보다 2조9000억원(13.2%) 늘어난 24조8000억원으로 책정했다. 2023년과 비교하면 1000억원 증가했다. 지난해 과학계를 들끓게 한 대폭 삭감 이후 전체 규모는 2년 전으로 돌아간 셈이다. 쪼그라든 예산은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과학계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대규모 삭감에 따른 혼란이 진행형이고 오락가락하는 정책에 대한 불신이 커진 결과다.

내년 R&D예산이 올해보다 크게 늘었지만 삭감 전인 지난해(24조7천억원)와 비교하면 약 0.4% 증액된 수준이다. 정부는 최선을 다해 늘렸다지만 생색낼 일이 아니다. 치열한 글로벌 첨단기술 경쟁에서 각국은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쏟아붓고 있는데 초라한 변명이다. 기조는 선택과 집중을 유지해 AI 반도체·첨단바이오·양자과학 등 3대 게임체인저 분야와 우주 분야, 혁신형 소형모듈형원자로(SMR) 4세대 원전 등에 치중키로 했다. 한정된 재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정책 방향은 틀리지 않다. 다만 과학계와 더 소통해 현장의 어려움과 부작용을 먼저 살펴야 한다.

무엇보다 예산 삭감 후유증이 여전하다. 지난해 이맘때 “나눠먹기식, 갈라먹기식 R&D는 제로 베이스에서 재검토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뒤 예산이 줄자 대학들은 연구원 수를 줄여야 했다. 젊은 연구자들이 희생자가 됐다. ‘생애 첫 연구’ 지원과 ‘기본 연구’ 지원도 사라지면서 어려움은 배가 됐다.연구 과제 선정과 연구비 집행도 늦어져 연구실은 여전히 겨울이다. “예산은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과학기술 연구를 계속해도 될까’ 하는 불안감은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물론 정부가 지적해온 연구개발 나눠먹기식이나 중복 지원 행태는 바로 잡아야 한다. 실제 정부의 조사 사례도 있다. 그렇더라도 혼내기 식으로 예산 삭감으로 대응할 일은 아니다. 연구개발 과제와 프로세스, 연구비 사용 등 과거 이력과 현황 전체를 투명하게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급선무다. 예측가능해야 할 정책이 하루 아침에 흔들린 것은 심각한 문제다. 그런 기본이 흔들리면 정책 불신과 사회적 비용만 키우게 된다.

당장의 효과로 연구과제를 평가하는 것도 따져봐야 한다. 기본 연구는 눈에 보이는 효과가 작고 몇 년이 걸릴 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선진국들은 성과가 미미해도 이런 근본 연구를 소홀히 하지 않는다. 중요한 진보와 원천 기술은 기초 과학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젊은 과학자들이 이런 분야에서 꿈을 키워나가야 미래가 있다. 결국 이런 과학경시가 국가 석학들을 외국으로 내모는 것 아니겠나. 긍지를 갖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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