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있는 한 아파트 입구 층계에 난간이 없어 어르신이 기어서 층계를 오르고 있다. [필자제공] |
L.A.타임스에서 근무할 때였다. 소방서에서 24시간 철야 밀착 취재를 한 적이 있었다. 소방서 대원들과 먹고 자며 하루 밤낮을 지내면서 비상 상황 때마다 출동하는 소방차 앞좌석 가운데에 앉아서 소방대원들의 작전 경험을 똑같이 해봤다. 시민들이 어떤 사고를 당하거나, 자동차 사고가 신고되면 소방관이 출동해서 응급치료, 교통정리, 인파분산 역할을 수행해서 주민들의 안전을 원위치로 돌려놓는다.
건물 내, 야외공간에 허용 수치를 넘는 인파가 모여도 소방관이 우선 출동해서 주민들의 안전을 되찾게 하는데, 이 때 경찰관들도 동시 출동해서 사고 현장을 미리 예방하기도 한다. 미국에서 위급한 화재, 부상, 사고 상황을 신고하는 911 전화를 중앙에서 받고 해당 구역 소방서로 비상 출동 명령이 전달된 후, ‘3분 안에 현장에 도착할 수 있는 소방서 근처가 살기 좋은 동네를 측정하는 척도’라는 것도 취재를 통해서 배웠다.
출동하지 않는 시간에는 소방관들과 많은 인터뷰 대화를 했는데, 인구가 밀집한 L.A. 시내에서는 3분 조금 더 걸려 도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L.A. 시를 벗어난 교회 지역 주택가에서는 911 전화를 전달받은 직후 3분 안에 대부분 도착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상대적으로 사건과 사고가 많아 출동이 잦은 시내(inner city) 소방서에는 초년생 (rookie) 소방관들이 의무적으로 2~3년 근무한 후 덜 바쁜 지역으로 파견 배치되는 소방관들의 인사구조도 알게 됐다.
소방관들은 각각 자기 침대에 누워 있다가 출동 명령이 스피커를 통해서 나오자마자 장화에 연결해 놓은 방화복에 두 발을 장화까지 집어넣고 멜빵을 어깨에 걸치면서 일어나, 곧바로 옆에 걸어놓은 방화 재킷을 잡아당기듯이 양팔을 넣고 상체를 덮고 소방차로 향해서 출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몇 초도 안 됐다.
공원 안에서 인파가 이동하는 경로에 경사가 있을 때 난간이 있는 램프를 설치, 인파 이동을 3등분해서 필요에 따라 세 통로를 난간을 잡고 이동하게 해놓은 미국 로스엔젤레스 한인축제장 안전램프 [필자제공] |
필자는 아예 작업화를 신고 의자에 앉아서 인터뷰를 하다가 출동명령이 나오면 즉시 소방차 중앙석에 올라 앉았다. 사이렌 소음차단 귀마개를 꽂고, 좌석벨트를 매고 왼쪽으로는 운전대원(engineer) 오른쪽에는 실무소방관이 타면 바로 빠른 속도로 사고·사건 목적지까지 쉬지않고 이동했다.
소방차를 소방 엔진(fire engine)이라고 부르는데 소방차 엔진에는 전기 블록히터가 설치돼 있어, 소방서에서는 항상 전선이 연결돼서 소방차 엔진이 정상 작동 온도를 유지하고 있다. 소방차는 시동을 켜자마자 소방차 트럭엔진은 용트름 없이 곧바로 풀스피드로 가속이 가능했다.
소방차, 응급 의료관(paramedics), 소방서 지휘관이 조수석에 타는 지휘 차량, 그렇게 최소 3대의 차량이 땅을 울리는 경적을 내면서 모든 신호등을 멈추지 않고 통과했다. 화재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앞 뒤 두 운전대가 있는 사다리 소방차량이 곧바로 뒤따라 출동했다.
미국에서는 자동차 운전면허 교육을 받을 때부터 운전자들은 비상차량 사이렌 소리가 들리면 무조건 가장 오른쪽 차선으로 안전하게 이동해서 차를 멈춰야 한다고 교육받는다. 사이렌 소리가 나면 모든 길에서는 중앙선 부분이 모세가 홍해의 물을 가르듯 도로 중앙이 뻥 뚫린다.
필자가 24시간 여러 차례 탑승했던 비상출동 소방차량 행렬은, 단 한 번도 민간인 자동차가 가로막은 일없이, 사이렌을 켠 비상 차량들이 목적지까지 멈춘 적이 없었다.
한국계 미국인 코미디언 대니 조는 자신의 공연 중 이런 내용을 얘기한 적이 있다. “구급차를 한국에서는 아무도 안 비켜요. 미국에서는 다 비켜주는데. 한 번은 택시에 타고 있는데, 뒤에서 엠블런스가 사이렌을 우 우 우 울리면서 오고 있었어요. ‘기사님, 옆으로 비켜주세요’ 했더니, 택시기사는 ‘갈 데가 어디 있다고’하면서 라디오를 더 크게 틀더라구요. 그래서 나는 택시기사에게 ‘와우! 노래는 좋은데, 저 분은 죽었어요. 저거(구급차) 바퀴달린 관이에요!”
웃을 일이 아니다. 위급상황에 출동하는 차량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멈춤이 없어야 한다. 서울의 도로는 자동차 숫자에 비해 전반적으로 좁다고 느껴진다. 그런데, 서울시 도로 중 이동 방향길의 총 넓이가 절반 넓이로 줄어든 도로가 늘고있다. 중앙선에 ‘차선 도로 규제봉’ 플라스틱 말뚝을 설치한 도로는 비상시에 중앙선 위로 구급차가 이동할 수가 없이 한쪽 방향 차도에 국한돼 앞에서 길을 막고있는 일반 차량 뒤에 갇히게 된다.
서울시 119특수구조대 비상차량이 도로 중앙선에 ‘차선 도로 규제봉’ 플라스틱 말뚝을 설치한 종로구 평창문화로를 이동하고 있다. 차선 도로 규제봉은 비상시 출동하는 구급차나 소방차량의 장애물없이 길 중앙으로 이동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막는 문제를 갖고 있다. [필자제공] |
중앙분리봉이라고도 불리우는 플라스틱 말뚝이 설치된 도로에서 구급차가 일반차량 뒤로 갇혀서 일시적으로 이동 못하는 것을 필자는 여러차례 목격했다.
자동차 운전에서 모든 결정은 운전자가 책임진다. 차선 도로 규제봉이 있어 불법 좌회전이나 중앙선 침범을 예방한다고 할 수 있을지언정, 비보호 좌회전 상황이 있을 때는 물론 중앙선을 침범해 운전한 차량의 운전자는 안전하지 못한 운전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국가에서 법규를 어긴 차량들에 대한 단죄 집행책임을 회피하고자, 또는 다른 문제를 예방하고자 중앙선에 차선 도로 규제봉을 설치한다면, 바로 비상시 출동하는 위급차나 소방차의 이동을 늦추는 후속 결과는 또 다른 돌이킬 수 없는 문제를 만드는 상황이다.
한국 문화에서는 고조선 건국 때부터 사람에게 이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이 바로 우리의 오래된 건국이념인 홍익인간 사상이다.
삶의 질은 안전한 환경으로부터 시작하고 안전을 배려하는 사회환경에는 필수적인 안전조치가 필요하다.
강원특별자치도 영월군 선돌 전망대에서는 최근에 설치한 절벽위 안전난간이 수직 창살이 아닌 중간에 아이들이 딛고 넘어갈 수 있는 불량 난간으로 만들어져 있다. [필자제공] |
또한 대한민국에는 난간이 없는 층계가 너무 많다. 미국에서는 4개 이상의 층계가 있는 모든 층계에서는 오르내릴 때 붙잡을 난간을 설치하는 책임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
아이들은 물론, 노약자들만 층계를 오르고 내릴 때 난간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누구나 안전하게 층계를 이용할 때는 난간을 붙잡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어야 마땅하다.
미국 같으면 난간이 설치되지 않은 불안전한 층계는 소방서에서 노란색의 테이프로 막아 주변 사람들의 안전치 못한 통행을 막을 수 있다.
건축물에서 난간이 없는 층계는 있을 수 없고, 아이들이 딛고 올라서 넘어갈 수 있는 가로 방향의 창살이 설치된 난간은 불량 난간으로 건축감리원(building inspector)에게 지적받는다. 안전 난간은 수직 창살로 만든 난간으로 설치할 때만 비로소 안전검사를 통과할 수 있다.
아이들이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사회가 우리가 지향하는 발전된 사회이고, 아이들을 더 많이 태어나게 하는 바람직한 환경이 될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주민 안전 규범이 정착한 사회에서는 이미 상식적으로 유통되고 건축법에서 실행하는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가는 환경이 바로 우리가 가야 할 선진국으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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