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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중국은 ‘반도체 굴기’ 박차...‘K칩스법’ 국회에 발묶인 한국

중국이 최근 3440억 위안(한화 64조6720억 원) 규모의 반도체 투자기금을 조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중국은 2014년 1400억 위안(26조3000억 원), 2019년 2000억 위안(37조6000억 원)을 각각 투자한 바 있다. 이로써 지금까지 중국의 반도체 투자 규모는 128조 원 규모로 늘어났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지원하는 70조 원의 두 배 가량 이르는 엄청난 규모다. ‘반도체 굴기’를 향한 중국의 거침 없는 행보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두려울 정도다.

중국이 대대적인 반도체 투자에 나서는 것은 결국 독자적 공급망 구축을 위해서다. 미국이 한국·네덜란드·독일·일본을 포함한 동맹국에 중국의 반도체 접근 제한 강화를 촉구하는 등 압박 강도를 높이는 데 따른 대응 전략인 셈이다. 실제 서방 언론들은 이 돈이 인공지능(AI) 반도체 성능을 높이는 연구개발(R&D)과 수입 의존도가 높은 실리콘 웨이퍼, 산업용 가스 등의 자체 조달에 사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목해야 할 대목은 중국 반도체 산업의 성장 속도다. 연평균 20% 가량 수출이 증가하며 세계 시장의 비중도 2000년 1.5%에서 2021년 18.1%로 확대됐다. 통계에서 제외된 홍콩의 수출분을 더하면 10%포인트 이상 더 높을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반도체칩 설계(팹리스) 부문은 미국과 대만에 이어 세계 3위 수준이다. 이미 반도체 굴기가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데 대대적인 추가 투자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더 위협적일 수밖에 없다.

중국의 반도체 산업 급성장은 우리에게는 상대적 악재다. 당장 대중국 반도체 수출이 크게 줄고 있다. 지난해 메모리 반도체 수출은 207억1600억 달러로 전년 대비 40% 가까이 줄었다. 이런 추세라면 한국이 장악하고 있는 D램 시장을 통째로 중국에 내줄지도 모른다. 미국과 유럽연합이 차세대 반도체 개발에 110조 원을 투자하며 중국과 치열한 반도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의 위기감도 그만큼 증폭될 수밖에 없다.

최근 정부가 26조 원 규모의 반도체 생태계 지원 방안을 발표했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 반도체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국가적 역량을 총결집해야 한다. 특히 입법부가 적극 협력해야 한다. 그런데도 반도체 등의 투자액 세액 공제를 2030년까지 연장하자는 ‘K칩스법’은 정쟁에 밀려 국회 소관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이 법은 올해가 일몰이라 한시가 급한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은 천문학적 실탄을 쏟아부으며 반도체 전쟁이 한창인데 우리는 있는 혜택마저 없어질 판이다. 한국 경제를 먹여 살리는 반도체마저 경쟁력을 잃을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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