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국회 임기 막판 의원들의 해외 출장이 무더기로 이어지고 있다. 4·10 총선 이후에만 15건 이상 계획이 돼 있고, 해당 의원은 50명이 넘는다고 한다. 비용도 1인당 2000만원 내외가 든다고 하니 이에 들어가는 국민 세금도 적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들의 출장이 모두 ‘외유성’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 국회 임기는 이달을 끝으로 종료된다. 출장 목적이 조사 연구나 의원외교라고 하는데 한 달도 되지 않는 임기를 남겨 놓은 상황에서 무엇을 얼마나 배워 입법에 반영하고, 외교 지평을 넓히고 돌아올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 3명의 영국 스웨덴 출장이 우선 그렇다. 현지 사례를 직접 살펴보기 위해 8일부터 5박 7일간 일정으로 떠난다는데 상식으로 납득이 되지 않는다. 2년이나 특위 활동을 하면서 해당 지역 사례 조사도 충분히 했을 터인데 활동 시한이 끝나는 시점에 새삼 다녀오겠다니 하는 말이다. 지금은 해외로 나갈 게 아니라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결론을 내려야 할 시점이 아닌가.
너도 나도 마구잡이 출장 신청을 하다보니 국회사무처 승인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한 모양이다. 여야 의원 4명이 이달 13일부터 20일까지 ‘친환경 자전거 도시’ 협력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프랑스와 네덜란드 출장 계획을 올렸지만 취지에 부합하지 않아 승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 출장을 주도한 의원은 이번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해 더 이상 의정 활동을 할 수 없는 입장이다.
출장 경유지에 유명 관광지를 포함시켰다 퇴짜를 맞은 ‘부분 승인’도 있다. 국회 아프리카포럼 소속 여야 의원 4명은 보건의료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강화를 내세워 탄자니아와 마다가스카르로 출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국회사무처는 아프리카의 대표적 관광지인 마다가스카르 일정을 빼고 그만큼 출장 기간을 줄이라고 권고했다. 이번에 낙선한 한 의원은 5월에만 해외 출장 명단에 세 번이나 이름을 올렸다가 일부 제외되기도 했다.
올해 국회의원 해외 출장비는 203억원 가량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입법 활동을 위한 해외 출장은 절대 필요하지만 임기말 출장은 경우가 다르다. 낙선·낙천자들이 많아 다음 국회에서 출장 결과가 정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낮기 때문이다. 결국 혈세 낭비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이번 국회는 발의된 법안 2만5830건 가운데 36.6%인 9454건만 처리해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제 할 일은 제대로 하지 못하고 ‘외유성’ 출장은 알뜰하게 챙기니 정치가 3류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