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몰 수원에 입점한 무신사 스탠다드. [무신사 제공]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고물가로 의류 소비가 위축된 가운데 온라인 기반의 패션 플랫폼들은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하는 등 선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섬·신세계인터내셔날 등 매출과 영업이익이 동시에 위축된 국내 주요 의류기업들과 대비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무신사, 에이블리, 카카오스타일,W컨셉 등 주요 패션앱들은 모두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특히 무신사는 지난해 매출(연결 기준)이 9931억원을 기록하며 사실상 1조원에 육박했다. 이는 전년 대비 40% 증가한 수치다.

에이블리 역시 전년 대비 매출이 45% 증가하며 2595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카카오스타일도 전년 대비 매출이 62% 증가한 1650억원을 달성했다. W컨셉 또한 전년 대비 6% 증가한 1426억원의 매출 성적표를 들었다. 거래액 기준으로는 5148억원을 달성해 최초로 5000억원을 돌파했다.

고물가 속에서 온라인 패션 플랫폼들의 매출 성장세는 두드러졌다. 지난해 1월 91(기준 100)까지 떨어졌던 의류비 소비자 심리지수가 1년 내내 100 아래를 돌며 좀처럼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실제 신세계 계열사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조3543억원, 487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2.8%, 57.7% 감소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사인 한섬도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1조5289억원과 100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각각 0.9%, 40.3% 감소한 규모다.

패션 플랫폼 에이블리. 창립 5년 만에 지난해 처음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에이블리 제공]

업계는 패션 버티컬 앱들이 뷰티, 디지털, 라이프 등 카테고리를 넓힌 것을 매출 증대의 배경으로 분석한다. 에이블리가 대표적이다. 2018년 창립 이후 5년 만에 첫 영업 흑자(33억원)를 달성하며 ‘계획된 적자’에 이별을 고했다. 외형 성장과 함께 2022년 영업손실액이 744억원에 달했지만, 비패션 부문의 성장과 오픈마켓 형식의 ‘에이블리 셀러스(오픈마켓 형식)’ 서비스 매출이 증가한 영향이 컸다.

에이블리는 지난해 신규 남성 패션 플랫폼 ‘4910(사구일공)’ 출시했다. 올해는 웹툰, 웹소설, 커뮤니티 등 사용자 서비스를 고도화할 계획이다. 여기에 핀테크 진출을 통해 셀러·유저 결제 편의성도 높인다는 방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패션 버티컬 플랫폼들이 독보적인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신규 브랜드 발굴과 콘텐츠 다양화 등 본연의 경쟁력을 높인 점이 성장의 배경”이라고 말했다. 이어 “트렌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고객의 눈높이가 높아진 상황에서 정체성을 정립한 버티컬 플랫폼에 대한 주목도는 더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영업이익이 매출 성장세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점은 과제로 꼽힌다. 무신사의 경우 온라인 플랫폼인 무신사, 29CM, 무신사 스탠다드 실적이 포함된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371억원이었으나 연결 기준으로는 86억원의 영업적자가 발생했다. 무신사 측은 “임직원 등에 지급된 주식 보상 비용(413억원)을 비롯해 인건비, 감가상각비, 지급수수료 증가 등의 영업 비용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스타일의 매출이 전년 대비 62% 증가한 1650억원을 기록했다. [카카오스타일 제공]

무신사는 무신사 스탠다드의 매장을 비수도권 지역 쇼핑몰 등에 확장하며 일본 등 글로벌 진출에 힘을 줄 예정이다. 3년 만에 복귀한 조만호 총괄 대표의 능력에 관심이 쏠린다.

카카오스타일은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액이 전년 대비 320억원 감소한 198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지그재그가 비용 구조 효율화로 2019년 이후 4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

비용 효율화와 함께 신규 고객층 확보를 위해 남성, 시니어 등으로 신사업을 확대한다는 점도 패션 플랫폼의 기대를 높이는 대목이다. 카카오스타일 지그재그는 40대 이상의 시니어 시장을 겨냥한 신사업 포스티(posty)를 진행하고 있다.

김영길 카카오스타일 CFO “현재 흐름이라면 올해는 작년 수준을 뛰어넘는 거래액, 매출 성장률과 의미 있는 흑자 규모를 달성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지그재그’와 ‘포스티’를 양축으로 1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아우르는 여성 패션 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W컨셉의 경우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23억원 감소한 12억원을 기록했다. W컨셉은 자체 경쟁력인 디자이너 브랜드를 강화하면서 패션 카테고리 경쟁력을 키울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