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고물가에 추가 수입을 늘리려는 부업 인구, 이른바 ‘N잡러’가 많아지면서 무인카페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카페 만월경, 데이롱카페 등은 지난해 기준 매장 수 200개를 돌파했다. 현재 햄버거 프랜차이즈 노브랜드버거 매장보다 더 많은 숫자다.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100개 매장을 웃도는 경우가 10%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성장세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무인카페 프랜차이즈 카페 만월경은 올해 매장 300개 돌파를 전망하고 있다. 카페 만월경은 창립 첫해인 2021년 11개 매장에서 시작해 지난해 기준 251개, 올해 3월 기준 278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경쟁사인 데이롱카페 역시 2021년 17개로 시작해 지난해 210개, 현재 270개의 매장을 운영 중이다. 무인카페 대표격인 두 회사 모두 지난해 전년 대비 매장이 2배 이상 증가했다.

무인카페는 코로나19 당시 사회적 거리두기와 인건비를 절감할 대안으로 떠오르며 급성장했다. 고금리와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자 수입을 확대하기 위한 부업 인구가 늘어난 영향도 컸다. 이달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월평균 국내 부업 인구는 57만5000명으로 3년 전 대비 13만명이 늘었다.

무인카페 프랜차이즈 데이롱카페의 머신. 이 업체는 3월부터 무인하이볼도 판매 중이다. [데이롱카페 제공]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올라온 무인카페 관련 게시글. 창업과 양도 등에 대한 문의가 대부분이다. [아프니까 사장이다 캡처]

무인카페 본사에서는 대형 카페프랜차이즈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창업비용을 내세우고 있다. 카페 만월경(7평 기준)의 경우 창업 비용은 약 5430만원이다. 데이롱카페(8평 이하, 머신 완납 기준)는 약 6500만원이다. 데이롱카페의 경우 3월부터 무인하이볼 메뉴를 추가해 차별화에 나섰다. 향후 피자 등 메뉴를 추가해 제품군을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는 현재 최소 1000개가 넘는 무인카페가 전국에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업계 관계자는 “카페 만월경 등 업계 톱 3개 브랜드 지점 수만 해도 600개가 넘고 개인 브랜드 매장들도 계속 생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로봇 설비를 추가한 스마트카페까지 늘고 있다. 실제 AI(인공지능) 로봇을 내세운 로봇카페 프랜차이즈 브랜드 비트의 매장은 현재 200개가 넘는다.

관련 업계는 로봇회사와 업무협약(MOU)이나 커피머신 회사 인수 등을 통해 몸집을 불리는 추세다. 카페 만월경은 지난달 전자동 커피머신 제조사인 릴리즈테크를 인수했다. 이와 관련해 향후 신사업의 방향을 무인 베이커리 카페로 설정했다. 연내 무인카페 모델을 일본에 수출하는 계획도 세웠다.

무인카페 프랜차이즈 카페 만월경의 한 매장. 김희량 기자

서울 성수동에 있는 무인로봇카페 배러댄유어스에서 로봇들이 음악에 맞춰 움직이고 있다. 김희량 기자

서울 성수동에서 로봇카페 배러댄유어스를 운영하는 김진영 로브로스 디자인 총괄은 “인건비를 절감해 재료비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며 “맛의 표준화와 고객 맞춤 레시피를 저장할 수 있어 사람과 같이 매장에 로봇이 있는 형태의 카페도 구상 중”이라고 전했다.

대략 2년을 운영해야 초기 투자 비용을 회수할 수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인카페 열풍이 불며 우후죽순 업체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양도나 폐점 문의도 잇따르고 있어서다.

전문가는 무인카페 창업 시 소비자들의 필요를 면밀하게 살피고 사업을 시작할 것을 조언했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비자가 무인카페를 찾는 이유가 가격과 편의성 때문인지, 타인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은 정서적 욕구 때문인지를 잘 따져야 한다”면서 “온라인 소비 증가 등 소비 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에 지속가능성을 확인한 후 사업을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