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22일 윤석열 대통령의 사진과 음성, 영상 등을 조작해 만든 ‘가짜 영상물’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총선에 영향을 주기 위해 고의로 퍼뜨린 ‘딥페이크’일 경우 엄단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수사결과가 주목된다. 수사에 나선 곳은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다. 수사대는 소셜미디어 틱톡 등에 퍼진 가짜 동영상 제작자와 게시자에 대한 고발장을 최근에 접수했고 면밀히 추적 중이라고 했다. 딥페이크 영상은 틱톡을 비롯해 인스타그램, 메타 등 여러 곳에 올려졌다. 경찰은 영상을 한 사람이 집중적으로 게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이 동영상과 관련해 방통위에 공문을 보내면서 차단과 삭제 요청을 했다고 한다.
딥페이크는 개인을 망가뜨리는 반인륜적 범죄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왜곡시키려는 의도의 딥페이크라면 더욱 더 용납할 수 없는 사회적 범죄다. 인공지능(AI)시대 본격화와 맞물려 기존 질서를 위협하는 딥페이크에 대한 경고음은 진작부터 울렸다. 특히 공정선거를 침해할 수 있는 ‘선거용 딥페이크’ 난무에 대한 우려는 증폭돼왔다. 여야가 지난해 12월 딥페이크를 활용한 선거운동을 선거일 90일 전부터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킨 것은 그래서다. 하지만 아직까지 선언적 의미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도 많다. 사이버수사대의 철저한 수사와 엄정한 처벌을 통해 우리 사회 전반에 딥페이크에 대한 경각심을 키워야 할 것이다.
해외에선 딥페이크 위험신호가 이미 절정에 달했다. 지난달 미국 뉴햄프셔주에서 유권자들은 바이든 대통령 목소리로 “예비선거에서 투표하지 말라”는 전화를 받았는데, 결국 가짜 AI 목소리로 밝혀졌다. 앞서 지난해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수갑을 찬채 경찰에 연행되는 가짜 이미지가 퍼지며 사회적 문제로 비화됐다. 글로벌 AI 전문가 500여명이 공동서명을 통해 딥페이크 규제 강화를 촉구한 것은 이와 관련이 크다. ‘AI 선구자’인 요슈아 벤지오 몬트리올대 교수도 동참했다고 하니, 지구촌 AI 석학들 역시 향후 가짜 AI가 민주주의의 최대 적(敵)이 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는 셈이다.
구글과 오픈AI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 20곳이 최근 ‘딥페이크 퇴출 연합군’을 결성한 것도 우리에 시사하는 바 크다. AI로 먹고사는 기업들 역시 딥페이크 횡행 시 경쟁력에 치명적 독이 될수 있음을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국내 선거 영향력이 큰 네이버·카카오의 선제적인 가짜 AI 차단 조치 역시 시급하다. 딥페이크 여부를 선관위 판단에 맡기지 말고, 자체 필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윤 대통령 가짜 동영상 수사를 계기로 딥페이크 철퇴 문화가 정착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