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미국 대통령 선거 후보로 나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1월 대선에서 승리하면 중국산 제품에 대해 60%의 관세를 부과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미국은 현재 외국산 제품에 대해 평균 3%의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를 10%까지 높이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는데 중국은 적성 국가로 분류해 이보다도 훨씬 높은 징벌적인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당선되고 정책이 시행되면 중국 역시 가만히 있을 리 없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통상 전쟁이 불가피해진다는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이른바 ‘트럼프 포비아(Trump Phobia)’가 다시 꿈틀거리고 있어 걱정스럽다.
트럼프 포비아가 현실화될 경우 한국은 그 최대 피해국 중 하나가 될 개연성이 매우 높다. 당장 바이든 정부가 환경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하던 전기차 보조금 지원이 폐지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미국 내에서 관련 공장을 가동하고 있는 우리 기업이 직격탄을 맞게 된다. 중국에 대한 징벌적 관세 부과 여파도 쓰나미처럼 몰려올 것이다. 중국 상품의 미국 수출길이 막히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해당 제품 생산에 소요되는 우리 제품의 중국 수출도 함께 막힌다. 한국 제품 수입 비중이 갈수록 줄고 있기는 하나 중국은 여전히 우리 수출의 20%가량을 받아주는 최대 무역 상대국의 하나다. 트럼프의 재등장이 우리 경제의 핵심 축인 수출에 치명적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금으로선 트럼프의 ‘화려한 귀환’ 가능성은 매우 높다.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이오와에 이어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초반 경선전부터 대세론을 굳히고 있어 11월 본선에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대결이 거의 확실한 상태다. 나아가 본선 대결에서 트럼프의 승리를 점치는 언론 보도도 쏟아지고 있다. 심지어 2기 트럼프 정권 내각 후보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아직 9개월의 시간이 있고, 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지만 트럼프 재집권을 상정한 철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 적어도 타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은 미리 강구해야 하는 것이다. 세계 각국은 이미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은 방위비 증액 압력이 커질 것에 대비하고 있다.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트럼프 인맥을 동원해 자국의 이익을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정책을 유도하는 로비가 시작됐다고 한다. 아예 정부 차원의 태스크포스 가동에 들어간 나라도 있다. 이에 비해 우리는 총선까지 겹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게 아닌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