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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광진의 남산공방] 늘어나는 민간 전쟁 피해

2024년 새해에도 세계 각처의 전쟁들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와의 전쟁이 2025년까지 계속될 수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의 민간인 피해는 작년 말 기준 2만7천명이라는 국제기구의 보고가 있었는데, 전쟁이 계속될수록 피해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작년 말부터 민간 인프라에 대한 공격으로 인한 민간인 피해가 증가되었다는 보도가 있다. 이렇듯 금년에도 전쟁에서의 민간인 피해는 계속되고 있는데, 이와같은 전쟁에서의 민간인 공격에 대해서는 전쟁법 영역만이 아니라 전쟁의 목표 관점에서도 많은 논란이 있어왔다.

역사적으로 민간인들은 전쟁에서 상당히 취약한 표적으로 알려져 왔지만, 전쟁의 목표 달성에 있어 민간인 공격이 유용하지 않다는 주장 또한 고대 시대부터 있어왔다. 18세기에 기번이 저술한 「로마 제국 쇠망사」에는 고대 로마 시절 전쟁 양상에 대한 기록이 담겨있는데, 그중에는 전쟁에서 민간인의 살해와 약탈이 규제되어야 할 이유도 있다. 즉 국가는 온건한 방법으로 정복을 이루어야 영구적 이익을 얻을 수 있고, 적대국을 초토화시켰다가는 같은 보복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민간인 피해는 규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 기번은 전쟁에서의 규제가 특히 유목 민족들에게 무시당했다고도 명시하기는 했지만, 고대 세계에서도 문명 국가라면 전쟁에서 민간인 피해를 규제하려는 인식이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 문명이 눈부시게 진화되었다는 오늘날에도 전쟁에서의 민간인 공격과 그로 인한 피해는 반복되는 듯 하다. 이런 현상에 대해 부분적으로라도 설명해줄 수 있는 사례를 제2차 세계대전 역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당시 미국의 전략폭격 표적 선택에 관한 논픽션 저술인 「폭격기 마피아」에서는, 전쟁이 교착 상태일수록 신속한 승리를 위해 민간 인프라를 폭격하려는 유혹이 생겨난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실 전선 후방에 위치한 민간인들에 대한 공격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전략폭격이라는 이름 아래 조직적으로 실행된 바 있다. 1940년 8월부터 독일 공군의 런던 폭격은 전략폭격의 초기 버전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폭격을 당한 영국 민간인 즉 국민들이 보여준 것은 예상과 달리 전쟁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강한 분노와 뛰어난 회복력이었다. 이런 모습이 영국 국민만의 특징인지 아닌지는 뒤이은 연합국의 독일과 일본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전략폭격에서 시험되어졌다. 그런데 전쟁 후 미국에서 발간된 전략폭격 결과 조사 보고서는 독일과 일본 국민들의 반응도 영국 국민들과 다르지 않았다고 결론지었다. 전쟁에서 민간인 피해의 효과는 국가별 편차가 크지 않았고, 전쟁 승리라는 목표 달성에도 제한적이었음을 의미하는 결과였다.

그로부터 몇 세대가 지나서, 제2차 세계대전 전략폭격의 소규모 버전이라 할 만한 현상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으로 인해 발생하는 중이다. 2022년 10월부터 러시아는 겨울을 맞이하며 우크라이나 전력 체계 마비를 위한 민간 인프라 공격을 집중적으로 실행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는 2022년 우크라이나의 여름 공세로 인해 러시아가 점령지 일부를 상실한 직후이기도 했다. 그리고 2023년 5월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등 대도시에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집중했는데, 이때는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이 임박했다고 알려진 시기이기도 했다. 그리고 전선이 교착되었던 작년 12월부터 러시아는 민간 인프라에 대한 대규모 공격을 재개했다. 이와같은 민간 인프라 공격은 민간인 피해를 동반하고 있으며, 러시아의 군사적 성공이 어려워질 때마다 등장하는 듯 하다. 이런 모습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신속한 군사적 성과를 위해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폭격 유혹이 생겨났다는 주장을 연상시킨다.

사실 우크라이나 민간인과 민간 인프라 피해가 러시아가 의도적으로 계획한 것인지, 아니면 러시아 공격이 부정확했던 탓인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만약 러시아가 의도적으로 우크라이나의 민간 인프라를 공격했다면, 그 목표는 우크라이나 국민의 전쟁 수행 의지를 저하시키려는 것일 수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국민에 대한 갤럽 여론 조사에 의하면, 2022년 10월과 2023년 9월에 각각 70%와 60%의 국민들이 러시아에 대한 저항 전쟁을 지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민의 사기와 저항 의지는 저하되지 않았다고 해석될 수 있으며, 여러 세대 이전의 제2차 세계대전 전략폭격 결과와도 비슷하다. 물론 러시아의 광범위한 표적을 향한 미사일과 드론 공격이 장기적으로 우크라이나 방공망을 약화시키려는 소모전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그때 발생하는 민간인 피해는 유념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이스라엘이 민간인 피해를 동반하는 군사작전을 지속함으로 인해 국제 여론에 상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음을 간과하면 안되는 것처럼 말이다.

김광진 숙명여대 석좌교수(전 공군대학 총장)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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