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회사 직원 추천에 모방소비까지
“탐색 비용·실패 낮추는 불황형 소비”
이부진 두을장학재단 이사장이 4일 서울시 용산구 리움미술관 대강당에서 열린 2024학년도 장학증서 수여식에서 장학생과 기념 촬영하는 모습(왼쪽)과 이 이사장이 입은 뒤 ‘이부진 투피스’로 알려지며 주문이 폭주한 해당 상품(오른쪽). [왼쪽-연합, 오른쪽-김희량 기자] |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아, 그 옷이요? 2000장 주문이 몰려서 지금 주문하시면 2~3주 기다리셔야 할 거예요. 사진 못해도 보실 순 있어요.”
16일 헤럴드경제가 찾은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의 한 의류 매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입은 옷을 찾으니 돌아온 대답이다. 10만원대라는 가격이 알려지면서 주문이 폭주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0일 부산에서 입어 화제가 된 3만원대 ‘1992 맨투맨’도 하루 만에 1000장 이상 팔렸다. 일주일이 지난 현재까지 배송 지연 안내가 이어지고 있다.
특정 인물이나 콘텐츠를 따라 구매하는 ‘디토소비(동조소비)’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경기 침체가 심화하는 가운데 유명인이 택한 가성비 제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사고 나서 후회하는 일종의 실수를 줄이는 동시에 검증된 제품을 사려는 ‘짠물’ 소비 심리가 반영된 현상이다.
패션회사 직원이나 디자이너가 출연하는 콘텐츠에 언급된 브랜드 매출이 올라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0월 출시한 LF몰 아떼 바네사브루노 브랜드의 미니백이 대표적인 사례다. ‘패션 회사 직원들은 어떤 가방 들고 다녀요?’라는 제목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영상이 주목받으면서 해당 브랜드의 12월 매출은 4.7배로 껑충 뛰었다. LF몰 관계자는 해당 브랜드의 갑작스러운 인기에 “구입자 10명 중 8명이 기존 고객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W컨셉은 브랜드의 일반인 고객들이 출연하는 팬들이 출연하는 라이브 ‘팬미업’ 모습. [W컨셉 제공] |
W컨셉은 일반인이 출연하는 라이브 ‘팬미업’을 지난해 가을에 도입했다. 고객이 브랜드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상품을 직접 살피는 모습을 보여준다. 지난해 11월 진행한 닐바이피 팬밋업 라이브의 1시간 매출은 1억3000만원을 웃돌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같은 브랜드를 좋아하는 공통점을 가진 일반인의 의견에 공감하는 것”면서 “유명인의 패션을 따라하는 것처럼 취향과 가치관이 비슷한 고객의 선택을 믿고 따르는 현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심리적인 영향이 구매 의욕을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가성비를 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구입 가능한 물건을 유명인이 입으면 소비 심리는 자연스럽게 폭발한다”며 “후광효과로 가치가 있어 보이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구매 비용을 아끼는 차원에서도 일반인이나 유명인이 검증한 제품을 찾는 것이 당연하다”며 “불황이 이어지면서 이런 따라하기 구매 현상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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