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꿀 혁명기술을 보여준 이번 CES 2024의 대표선수는 인공지능(AI)이었다. 몇년전부터 줄곧 신인상 수상자로 거론되더니, 올해는 아예 만장일치로 대상 격인 최고주연상을 꿰찼다. 그만큼 A에서 Z까지 향후 세상은 인공지능 없으면 살 수 없는 시대임을 세계가 천명한 것이다.
가전과 TV, 휴대폰 기술의 각축장이었던 CES는 당분간 ‘AI CES’란 타이틀로 진행될 게 자명하다. 특히 인공지능개발의 선두주자인 미국 오픈AI가 AI챗봇을 사고팔 수 있는 ‘GPT스토어’를 선보여 눈길을 끈다. 구글과 애플을 제치고 AI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다. 스마트폰은 물론 자동차, 콘텐츠와 미디어 시장에 파급력이 큰 사안이어서 우리의 삼성, 현대차 등 ‘AI 초격차’ 기술에 대한 고민과 대응이 과제로 부상했다.
대한민국 혁신기술은 부끄러운 수준은 아니다. 오히려 자랑할 만 하다. 이번 CES 2024에 참가한 한국기업 숫자는 삼성과 SK, 현대차를 필두로 한 700여곳으로,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번째로 많았다. ‘CES혁신상’을 받은 국내 기업은 134곳으로, 수상기업의 42.8%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첨단기술 종주국이라는 미국(7곳), 일본(3곳) 보다 많은 숫자다. 대기업은 물론 스타트업까지 세계무대에서 혁신기술을 뽐낸 것이다. 국내 기업들이 내놓은 ‘K인공지능’ 역시 많은 호응을 얻었다. 우리 기업이 패스트팔로워(fast follower)를 종식하고, 몇단계 점프한 ‘진골 퍼스트무버(first mover)’로 달려야 함을 배운 것도 CES가 준 의미일 것이다.
인공지능이 가져올 미래에 대한 시각은 여전히 유토피아(Utopia)와 디스토피아(dystopia)로 나뉜다. 혁신기술을 앞세워 천지개벽할 세상에 대한 설렘의 긍정과 인간 본질에 대한 위협을 경계하는 부정론이 엇갈리는 것이다. 이번 CES에선 이런 양분된 논쟁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보여줬다. AI에 대한 보안과 윤리 가이드라인을 담보하되, AI를 활용한 국가 경쟁력 극대화가 최고의 선(善)임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MK CES 포럼’에 참석한 스티브 카네파 IBM 총괄사장이 기조 강연에서 “한국이 국내총생산(GDP) 5만달러를 달성하려면 AI를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 성패가 결정된다”고 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그는 특히 저출산으로 고민하고 있는 나라일수록 AI로 생산성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국가 미래가 없다고 단언했다. 기업은 퍼스트무버 AI 혁신을 좇고, 정부는 노동개혁에 AI 혁명을 녹여내야 한다. 이번 CES 2024에서 배운 교훈을 허투루 한 귀로 흘려보내선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