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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전력망 구축’ 나선 정부 일단 환영, 세련된 로드맵 뒤따라야

정부가 확충이 시급한 전력망(송전망) 구축에 직접 나서기로 했다. 현재 전원개발촉진법 상 전력망 건설은 한국전력이 전담한다. 그런데 송전망 인허가를 비롯한 주민 설득과 보상, 건설에 이르기까지 한전의 역할은 한계를 보여왔다. 누적적자(45조원) 늪에 빠진 한전에만 송전망 건설을 맡기기엔 건설 재원 조달 문제도 심각하다는 얘기도 꾸준히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총대를 자임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4일 관련 부처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에너지위원회를 열고, ‘국가 기간전력망 확충 특별법’ 추진을 핵심으로 하는 이같은 내용의 ‘전력계통 혁신대책’을 발표했다. 전력망 추가 건설에 대한 동력이 버거운 한전의 부담을 일부 해소하고, 정부가 국가전력망에 대해 책임지겠다고 나선 것에 일단 환영을 표한다.

정부가 모든 전력망에 손을 대는 것은 아니다. 서해안 송전선로,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 같은 신성장의 ‘대동맥’으로 여겨지는 핵심 전력망에 대해서만 건설을 주도하겠다는 것이다. 특별법은 345㎸ 이상 송·변전설비 중 용인 반도체, 송도 바이오 클러스터 같은 국가첨단전략산업단지와 연결되는 무탄소 전원(원전·신재생) 전력망을 건설할 때 입지 선정부터 갈등 조정까지 총괄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를 위해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국가전력망확충위원회(가칭)를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특별법 통과시 345㎸ 이상 고압 송전선로 건설 기간이 평균 4년(13년→9년) 단축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시라도 급한 전력망 확충에 속도가 붙는 셈이다. 정부가 전력망 구축에 책임을 늘리는 것은 핵심 송전망 부족으로 전력의 적기 공급이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에너지 생산량이 많다해도 전력망이 부족하면 전기를 제때 공급할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산업부의 이번 발표대책 중 핵심 송전망 구축에 민간기업의 일부 참여를 허용한 것이 눈길을 끈다. 한전 민영화 논란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따랐지만, 산업부는 “민영화는 아니다”고 못박았다. 민간기업이 일부 구간에서 토지 확보부터 인허가까지 사업을 수행한뒤 소유권은 한전에 넘기고 대금을 받는 방식으로, 민간기업 경험을 활용하는 쪽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대규모 프로젝트 노하우가 풍부한 건설사 등의 신규사업화로 민간경제에도 활력이 예상된다. 에너지를 무한대로 생산한다고 해도 송전능력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송전망 확충 성과가 미흡했던 한전을 대신해 책임을 자처한 정부 자세는 반가운 일이다. 다만 시장논리를 해칠 수 있는 지나친 개입과 과도한 월권은 자제해야 할 일이다. 핵심 전략망 확충에 대한 세련된 로드맵과 효율적인 실행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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