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거점 대학을 육성해 지역 소멸위기를 막겠다는 취지로 교육부가 추진 중인 ‘글로컬 대학’ 30곳 중 10곳이 우선 선정됐다. 앞으로 5년간 1000억원씩 지원한다는 파격적 혜택에 94곳의 대학·연합체가 몰릴 정도로 치열한 경합이 펼쳐졌다. 좁은 문을 뚫은 만큼 선정된 대학들의 혁신성은 돋보인다. 그대로 실행된다면 글로컬(글로벌+로컬)이란 이름처럼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지역 특화 대학으로 지방 인재들을 흡수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갖게 한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지방 대학은 지금 생존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청년층의 수도권 집중으로 정원조차 채우지 못하는 대학들이 수두룩하다. 이런 상황에 글로컬 대학 진입은 지방 대학에 절체절명의 기회일 수밖에 없다. 선정된 10곳의 강도 높은 혁신은 그런 절박함의 결과일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 대학사회에선 없던 개혁안을 볼 수 있다. 강릉원주대와 강원대는 통합해서 ‘1도(道) 1국립대’를 만든다. 춘천·원주·강릉·삼척 캠퍼스를 독립적으로 운영해 특성화한다는 계획이다. 전남 순천대는 전남의 산업에 맞춰 기존 학과를 전면 개편한다. 기존 학과 단위를 모두 없애고 ‘그린스마트팜 스쿨’ ‘애니메이션 스쿨’ ‘우주 항공·첨단소재 스쿨’로 바꾼다. 전체 학생의 75%를 세 스쿨에 배정한다. 교수들이 기존 학과에 대한 기득권을 내려놓는 과감한 개혁이다. 경남 진주 경상국립대는 지역 중점 산업인 ‘우주 항공·방산’ 분야에 자원을 집중해 ‘아시아 톱 3’로 키우는 게 목표다.
문제는 도상계획과 실제 액션과는 늘 간격이 컸다는 점이다. 통합되는 대학과 학과들의 저항을 극복하고 혁신안대로 이행하는지 ‘매의 눈’으로 지켜봐야 한다. 정부 예산이 3조원이나 들어가는 거대 프로젝트인 만큼 혁신안이 실행되지 않거나 성과가 미흡하면 선정을 철회하고 지원금을 회수해야 한다.
글로컬 대학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각 지방자치단체의 행정 지원도 중요하다. 대학과 지역발전을 함께하기 위한 지자체의 노력을 글로컬 대학 선정 배점에 30%를 할애한 이유다. 예산 지원 약속 이행도 중요하지만 대학 지원 전담부서를 만들어 꾸준한 행정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지방 이전이나 투자를 고려 중인 기업에 가장 절실한 것 중 하나가 인재 확보다. 수도권 못지 않은 좋은 학교가 지방에 세워져 기업이 필요로 하는 양질의 교육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기업의 ‘지방 투자 활성화→지역 인재 현지 정착→지역 균형발전’의 선순환을 이룰 수 있다. 글로컬 대학의 성공이 곧 지방 소멸을 막을 시험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