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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민생 앞세운 여야, 정쟁 대신 정책으로 경쟁해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여야가 잇단 민생행보에 나서고 있다. 참패 후 싸늘한 국민 시선을 체감한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표의 더불어민주당 비난 일색의 현수막을 철거하고, 23일 인요한 연세대 의대 교수를 혁신위원장으로 내정하는 등 체질 바꾸기에 나선 모양새다. 김기현 대표는 인 교수 인선과 관련해 “국민의힘을 보다 신뢰받는 정당으로 재탄생시키는 데 최적의 처방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단식 회복 과정을 끝내고 23일 당무에 복귀해 “국민 눈높이에 맞는 충분한 혁신을 통해 국민의 기대에 맞춰나가야 한다”고 했다. 정치권이 국민의 삶을 먼저 살피고 혁신에 나서겠다는 다짐은 반가운 일이다.

국민의힘이 당장 민원이 빈발한 전국의 정쟁성 현수막 철거에 나서고 ‘대선공작 게이트 조사단’ 같은 당내 각종 TF도 대폭 정리하기로 한 것은 긍정적인 조치다. 김기현 2기 지도부의 당정협의회에서도 에너지·농산물 수급안정 등 민생 현안에 집중해 일단 달라지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집권여당으로서 당연한 모습이다. 하지만 당내 쇄신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일단 혁신위원장을 내정한 만큼 혁신위가 전권을 갖고 얼마나 당 변화를 이끌 쇄신안을 내놓느냐가 관건이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거나 지도부의 눈치를 보는 수준의 개혁안이라면 싸늘한 민심이 돌아서기 어렵다.

이재명 대표의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단식농성을 하다 35일 만에 최고위를 주재한 이 대표는 당내 갈등 봉합과 단합을 강조했지만 여당·정부와는 대립각을 세웠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기조의 전면 쇄신을 요구하며 “무능과 폭력적 행태의 표상이 돼버린 내각을 총사퇴시켜야 한다”고 했다. 총선을 위해 단합된 힘을 강조한 것이나 민심과 거리가 있다. 강서구청장 선거결과가 민주당이 잘해서 얻은 열매가 아니라는 사실은 여론조사가 보여준다. 민주당 지지율(34%)이 국민의힘(33%)과 다를 바 없다. 다수당의 폭거, 강성 지지층에 휘둘리는 민주당에도 싸늘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여야의 민생 구호와 혁신은 국민 눈높이에 맞아야 한다. 소상공인과 가계부채가 아슬아슬한 지경에 이르렀고 물가가 올라 실질소득이 줄어드는 등 서민 삶이 팍팍하다. 교육, 의료, 연금 등 미래가 걸린 개혁과제가 한 둘이 아니다. 그러려면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김 대표가 대표회담을 제안한 만큼 민생을 챙긴다면 이 대표가 만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국민의 마음을 얻는 일은 먼 데 있지 않다. 작은 변화라도 바꾸려는 태도가 감동을 준다. 정책 정당과 대안 정당으로서 누가 제 역할을 하는지 국민은 ‘매의 눈’으로 지켜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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