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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지방 국립대병원 빅5 수준 육성, ‘표류 사망’ 막을 특단책

정부가 위기에 처한 지역의료 붕괴를 막기 위해 지방 국립대병원을 서울의 ‘빅5’ 병원 수준으로 키우기로 했다. 이를 위해 공공기관 제약에 묶여 있는 지방 국립대병원의 정원과 인건비 등 규제를 풀고 시설 확충, 첨단 장비 등 각종 지원에 나선다. 환자들이 서울로 올라오지 않고도 인근 국립대병원에서 중증·응급 최종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료 체계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나서 추진 의지를 밝힌 마당에 뒤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할 일이다.

정부가 19일 발표한 지역·필수의료 대책의 핵심은 지방의료 붕괴의 가장 큰 원인인 의사 유출을 막겠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국립대병원은 ‘공공기관’으로 분류돼 정원이나 급여를 마음대로 늘리거나 올릴 수 없다. 민간·사립대병원 수준의 보수를 맞추지 못하니 실력 있는 의사들이 2년도 안 돼 절반 넘게 수도권 대형 병원으로 떠나는 게 현실이다. 의사 월급을 올리고 교수 정원 확대, 지방·필수의료 수가(의료 서비스가격) 인상 등으로 일단 의사를 붙잡겠다는 의도다. 이에 더해 지방 국립대 병원이 필수의료를 담당할 관내 병원들을 선발하고, 시설·장비 등을 지원할 수 있는 총괄·조정권한도 부여하겠다고 한다. 권역 책임 의료기관으로 기능하는 셈이다. 국립대병원 관할부서를 교육부에서 의료를 담당하는 보건복지부로 이관하는 등 행정 개편도 이뤄진다.

지역 환자들의 고통은 말이 필요 없다. 몸이 아프면 버스터미널이나 기차역으로 달려가 수도권 원정 진료에 나서야 한다. 수도권 대형 병원 주변에는 지방에서 올라온 환자들이 머무는 ‘환자촌’이 형성됐을 정도다. 지난해 비수도권에 살면서 서울 ‘빅 5’ 대형 병원에 진료받은 환자는 71만여명, 진료비는 2조원에 달한다. 제때 좋은 진료를 받지 못해 사망하는 환자도 수도권에 비해 많다. 한 마디로 지방에 의사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서울은 3.5명이지만 경북은 1.4명, 충남 1.5명, 전남 1.7명으로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소아과, 산부인과, 흉부외과 등 필수과목 전공의 충원율은 20~30%에 그쳐 만성 결핍 상태다. 첨단 장비가 있어도 의사가 없으니 있으나마나다.

지역완결형 의료 체계 구축은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소아과 오픈런’ ‘응급실 뺑뺑이’를 더는 방치할 수 없는 현실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실행력이다. 국립대병원이 높은 역량을 갖추려면 행정적·재정적 지원이 탄탄하게 받쳐줘야 한다. 의대 증원 등 뜨거운 현안도 현장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 실효적 안을 도출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국가 의료 체계를 정상화하는 중대 사안인 만큼 포퓰리즘이 끼어들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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