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아랍에미리트(UAE)와 자유무역협정(FTA)의 일종인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협상을 최종 타결했다. 중동국가와 맺은 첫 FTA로, 내년 상반기 국회 비준 절차를 밟게 된다. 중동지역 핵심 국가인 UAE와 협력관계를 강화하면서 에너지안보는 물론 새로운 수출시장 개발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UAE는 한국의 첫 번째 원전수출국(2009년 총 400억달러 규모)이자 포괄적 군사교류 협력국이다. 아크부대 주둔 이후 한국의 UAE 방위산업 수출액이 200배 넘게 증가할 정도로 전통적인 우방국이다. 양국은 이번 협정 타결로 각각 교역품목의 92.8%와 91.2%를 전면 개방하게 된다. 우리로선 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제3차 오일쇼크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안정적인 원유공급원을 확보할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큰 성과다. 수입 원유에 관세를 부과하는 나라는 극히 드물어 원유 관세 철폐는 정유·석유화학기업들의 숙원이었다. 이번 협정으로 우리 정유·화학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이 더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의 UAE 수출품 중 가장 규모가 큰 자동차에 부과하는 관세가 최장 10년에 걸쳐 완전 철폐되는 것도 고무적이다. 유럽 중국 일본 등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서 유리한 고지에 서게 됐다. 온라인게임, 의료, 콘텐츠 등 한국이 경쟁력을 갖춘 서비스 부문에서 최고 수준으로 시장을 개방하는 것도 의미가 크다. UAE는 중동에서 온라인게임을 가장 많이 즐기는 나라로 꼽힌다. 게임과 더불어 K-의료와 K-콘텐츠가 UAE에서 명성을 얻으면 중동지역 전역으로 시장을 넓힐 수 있다. 제조업보다 취약한 한국의 서비스 수출경쟁력을 높이는 발판이 마련되는 것이다. 이 밖에 5대 핵심 협력 분야에 포함한 바이오, 스마트팜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다.
지난해 한국의 총수출 6836억달러 중 수출상위 3개 국가(중국·미국·베트남)가 차지하는 비중은 47.8%, 반도체 등 10대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70.6%에 달했다. 일부 국가·일부 품목에 편중 되다 보니 중국과 반도체시장이 흔들리자 월간 기준 수출액이 지난해 10월부터 올 9월까지 1년 내내 감소세다. 시장을 다변화하고 품목을 서비스 부문으로 넓히는 것이 한국 수출의 지상과제인 상황에서 UAE와의 무역협정은 커다란 변곡점이 될 수 있다. 마침 사우디 카타르 등 석유부국은 화석연료 이후 시대를 대비해 신산업·신경제 기반을 다지려 천문학적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1970년대 오일 쇼크를 중동 건설붐으로 극복했듯이 한국경제가 지금 직면하고 있는 수출 침체와 저성장의 먹구름을 신중동붐으로 걷어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