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인천에서 일하는 감정평가사를 만나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였다. 그에게 “인천지역 부동산 경기도 이제 좀 나아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건네니, 그는 “부동산 경기가 아파트 경기를 말하는 것이냐”며 되물었다. 그러면서 인천의 대장지역인 송도 아파트가 반등하는 등 아파트는 분명 나아지는 것은 맞지만 상가나 오피스텔, 빌라 등 다른 자산시장은 여전히 어렵다고 답했다. 아파트 경기를 부동산 경기와 동일시하는 세간의 편견이 여실히 드러난 장면이었다.
대한민국을 속칭 ‘아파트 공화국’으로 부르곤 한다. 다양한 주거형태 가운데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절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현실, 그리고 자산으로서의 가치에 있어서도 아파트는 비아파트를 압도하면서 내려진 평가일 게다. 실제 거래 비중에서 아파트는 절대적이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6월까지 신고된 전국 주택 매매거래량은 27만4608건이었는데 이 중 아파트 거래량은 20만3437건에 달했다. 전체의 74.1%다. 거래된 주택 4채 중 3채가 아파트라는 의미다. 이러니 앞서 필자의 사례처럼 부동산 경기를 아파트 경기와 동일선상에 놓고 이야기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지난해 급락하던 아파트 가격이 최근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빠르게 회복되자 마치 부동산시장이 본격적인 회복기에 들어갔다고 느껴지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이는 분명 착시다. 결론적으로 말해 현 상황은 아파트의 일부 지역이 시세를 주도하는 차별적 장세다. 이른바 ‘상급지’로 불리는 곳들은 전고점의 90%까지 시세를 회복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요자들의 주목도가 높은 이 지역들의 아파트값만 뛰었다. 이에 반해 비아파트는 그야말로 시베리아다.
한때 ‘주거사다리’로 불리던 빌라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올해 초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던 전세 사기, 깡통전세의 온상으로 지목된 빌라시장은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경매물건이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고, 전세 수요자들은 아예 빌라를 쳐다보지도 않고 있다.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고통도 현재진행형이다.
고금리의 직격탄을 맞은 상업용 부동산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가계부채의 증가와 반비례해 줄어드는 가계의 가처분소득은 내수 소비의 감소로 이어져 상가 수익률의 급감으로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소규모 상가 부동산의 2분기 투자수익률은 0.57%에 불과하다. 지난해 2분기(1.61%) 대비 3분의 1 토막이 났다. 예금금리가 4%인 시대에 1%도 안 되는 수익률은 처참하기 그지없다. 연면적 330㎡ 이하의 상가를 말하는 소규모 상가는 자영업자들의 현주소다. 이 밖에도 없어서 못 팔던 오피스텔은 천덕꾸러기가 됐고, 생활형 숙박시설은 법률 리스크에 직면하며 또 다른 시한폭탄이 됐다. 거래가 마른 공인중개사들은 스스로 문을 닫고 있다.
아파트값이 부동산시장에서 갖는 상징성과 파급력을 절대 과소평가하는 게 아니다. 다만 빌라와 상가, 오피스텔 등 부동산시장의 다양한 영역의 부진이 우리가 느끼는 것 이상으로 심상치 않음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주무 부처는 아파트가 가린 착시에서 벗어나 정책 판단의 시야를 보다 넓힐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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