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10일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지난 7월)과 같은 1.4%로 유지했다. 지난해 7월 이후 5회 연속 하향조정된 전망치에서 더 내려가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문제는 성장의 보릿고개를 넘기가 내년에도 쉽지 않다는 점이다. IMF는 지난해 10월 한국의 내년 성장률을 2.7%로 전망했다. 하지만 올해 1월(2.6%)→4월(2.4%)→7월(2.4%)→10월(2.2%)에 걸쳐 낮춰 잡았다. 내년 세계성장률 전망치(2.9%)와 간극이 크다. 중국 경제의 둔화와 미국의 나 홀로 성장 속에 고금리·고환율·고유가의 3고 파고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임을 시사한 것이다. 이마저도 최근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영향이 반영되지 않은 결과다. 이번 사태가 신중동전으로 비화하면 1970년대 오일쇼크와 같은 고유가발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침체)이 한국 경제를 짓누를 수 있다.
만성 저성장국이던 일본과의 격차가 더 벌어진 것도 긴장감을 키운다. IMF는 7월 전망에서 1.4%로 한국과 동일하게 잡았던 올해 일본 성장률을 이번엔 2.0%로 0.6%포인트나 끌어올렸다. ‘엔저 특수’로 수출기업들이 호황을 누리고 있고 전 세계 관광객들이 물가가 싼 일본으로 몰리면서 내수경기도 모처럼 활력을 띠고 있어서다. 설마하던 한·일 성장률 역전이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현 실화할 판이다. 피에르올리비에 구랭샤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내년에 세계적인 경기둔화 속에 미국, 일본의 ‘나 홀로 성장세’와 한국을 비롯한 중국, 유로 지역의 ‘하락세’가 대비되며 경제성장률 격차가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IMF는 한국 경제를 전망할 때 ‘중국 변수’에 특히 무게를 둔다. 한국은 수출에서 반도체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반도체 등 주요 제품 수출의 중국 시장 의존도가 커서다. IMF는 보고서에서 부동산발(發)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있다며 중국 성장률 전망치를 올해 5.0%, 내년 4.2%로 7월보다 각각 0.2%포인트, 0.3%포인트 낮춰 잡았다. 이처럼 ‘중국 리스크’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골드만삭스 등 8개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1.9%로 집계됐다. 산업화 이후 한국 경제가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2연속 1%대 저성장의 늪에 빠질 판이다.
저성장 탈출 활로는 민간·시장에 있다. 반도체와 중국을 대체할 품목과 시장을 열어갈 주체인 까닭이다. 파격적인 규제 완화와 화끈한 인센티브로 제2, 제3의 반도체와 중국을 개발·개척할 수 있도록 전 국가적 역량을 동원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