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단체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중동사태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 전면 봉쇄에 이어 지상군 투입을 예고한 상태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 장관은 9일 “전쟁의 규칙이 달라졌다”며 “앞으로 50년간 기억될 것”이라고 보복을 기정사실화했다. 미국도 ‘슈퍼 핵항모’ 제럴드 포드함을 이스라엘 앞 동지중해로 이동 배치하는 등 이스라엘 지원에 나서 하마스 배후로 지목되는 이란과의 대리전 우려도 커지는 양상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전에 이어 중동에까지 전쟁의 불길이 번지면서 세계경제와 안보 지형에 먹구름이 짙어지고 있다.
예상을 뒤엎은 하마스의 공격에 속절없이 당한 이스라엘로서는 전면전을 불사할 태세다. 민간인 700여명이 사망하고 수천명이 부상·납치된 상황에서 가자지구 포위라는 강경책을 꺼내 든 것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소탕하기 위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진격하면 제5차 중동전쟁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레바논 무장조직 헤즈볼라는 이미 이스라엘 공격에 가세한 상태이고, 이란과 시리아를 자극해 전선이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되면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의 관계 정상화 등 ‘중동 데탕트’마저 멀어지게 된다. 그동안 미국이 공들여온 외교적 노력도 물거품이 되고 마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미국의 지원을 입은 이스라엘이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최근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와도 수교 움직임을 보이자 반이스라엘 진영인 시아파 종주국 이란이 하마스와 헤즈볼라를 내세워 방해한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중동과 경제적으로 얽혀 있는 각국의 셈법도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후폭풍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새로운 변수의 등장으로 우리로선 하반기 ‘상저하고’ 경기 회복 기대감이 더 멀어질 판이다. 당장 국제유가는 4%가량 급등해 물가 불안을 키우고 있다. 고유가가 계속되면 물가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고 고금리 인플레이션으로 경기 침체가 가속화할 수 있다. 전쟁이 장기화하고 이란의 참전 등 확전 양상으로 진행되면 원유 수급까지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하고 촘촘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하다.
안보 불안도 적지 않다.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에 6m 콘크리트 장벽과 철조망 담장을 쌓고 무인 감시탑을 세웠지만 하마스의 게릴라식 공격에 무력했다. 최고의 방공시스템이라는 아이언돔도 5000발이 넘는 소나기 로켓을 당해내지 못했다. 북한은 하마스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공격력을 갖추고 있음을 고려할 때 우리 방어시스템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