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새간 이어진 추석민심은 한결같았다. 경기가 어렵고 민생이 어려우니 정치가 힘을 합쳐 경제를 살리라는 것이다. 여야 정치인들이 접한 민심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3일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연휴기간 국민이 가장 많이 한 이야기는 경제와 민생을 빨리 회복시켜 달라는 것”이라고 했고,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경제와 민생위기로 국민은 한숨만 나온다”고 했다. 민생고를 확인했다는 것인데 원인을 놓고는 서로 남 탓만 했다. 여당은 민주당이 머릿수로 “국정 발목을 잡았다”고 했고, 민주당은 “검찰에 의존한 야당 죽이기”에만 몰두한 결과라고 비난했다.
서민은 치솟은 과일·채솟값,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허리가 휠 지경이다. 가족이 외식하기 겁날 정도로 물가가 오르고 더 좁아진 청년들의 취업문, 쪼그라든 저출산에 앞날마저 암울한 게 현실이다. 그런데도 여야는 정쟁에만 몰두하고 여전히 네 탓 공방만 벌이는 모양새다. 당장 주요 현안을 놓고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단독 의결한 김행 여가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불참하겠다는 입장이고, 민주당은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임명동의안에 부정적이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채상병 특검법’, 11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까지 여야의 정치공방과 충돌이 예상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구속영장 기각으로 정치 복원을 기대했던 국민의 실망이 커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정치권은 정기국회가 시작한 지 한 달 동안 ‘방탄 논란’으로 허송세월했다. 이 대표 사법리스크로 내내 정쟁만 일삼았다. 헌정사상 초유의 한덕수 총리 해임건의안 가결 등 대화와 타협을 찾아보기 어려운 게 현주소다. 이렇게 된 데는 여야 모두 책임이 있다. 무엇보다 압도적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은 국정 대안세력으로서의 모습을 보이지 못한 게 사실이다. 수적 우세를 업고 힘으로 밀어붙이는 식으로는 국민 지지를 받기 어렵다.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을 빌미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파면 등 또 정쟁화에 나서는 것은 민심에 어긋난다. 이 대표도 영수회담만 주장할 게 아니라 “민주당이 무너지는 민생을 일으켜 세우겠다”고 한 만큼 상대를 떠나 민생고를 해결하는 데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다 하는 게 도리다.
국정운영 주체인 여당과 정부의 책임은 더 크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야당의 협조가 없으면 나랏일을 해나가기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도 상대방을 정치적 파트너로 인정하고 포용의 정치를 펴나가는 게 필요하다. 정치의 기본은 대화와 타협인데 나만 옳다고 주장하면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