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구속위기에서 벗어났다.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백현동 개발 특혜와 대북 송금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증거인멸의 우려가 적다”며 기각한 것이다. 이로써 이 대표는 자신을 무겁게 옭아맸던 ‘사법 리스크’를 일부나마 해소하게 됐다. 나아가 더욱 견고해진 ‘이재명 체제’로 내년 총선을 치르게 될 전망이다.
법원 결정에 대한 여야 입장은 당연히 극명하게 갈렸다. 민주당은 “사필귀정으로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에 경종을 울린 것”이라며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반면 국민의힘은 “오늘 결정은 두고두고 오점으로 기억될 것”이라며 법원을 힐난했다. 하지만 이 대표의 구속 기각은 그리 반가워할 것도, 실망할 일도 아니다. 이 대표는 당장 구속을 면하게 된 것이지, 완전히 면죄부를 받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민주당은 잊어선 안 된다. 국민의힘은 ‘이재명’과 힘겨루기를 할 게 아니라 국정을 책임진 여당으로서 민생을 살피고 경제를 살리는 데에 전력을 쏟아야 한다. 이제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고 지긋지긋한 방탄정국에서 뛰쳐나와 정치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대표에 대한 최종 사법적 판단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분하게 재판을 통해 가리면 그만이다.
그런 점에서 구치소를 나서며 밝힌 이 대표의 소회는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정치란 언제나 국민의 삶을 챙기고 국가의 미래를 개척해나가는 것”이라며 “국민과 국가를 위해 누가 더 많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를 경쟁하는 진정한 의미의 정치로 되돌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대표 취임 이후 1년가량 정치권은 대화와 타협은 사라지고 극단의 대립만 존재했다. 물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남았다. 민생은 뒷전으로 밀렸고, 서민의 삶은 더욱 지쳐갔다. 이 모든 것을 원래 있던 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는 게 이 대표 언급의 요지인 셈이다. 진영을 떠나 국민 모두가 바라는 진정한 정치의 역할이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이 발언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이런 말이 나왔다는 자체만으로도 정치권이 그동안 자신의 역할을 방치했다는 의미다. 그 첫 과제는 남은 정기국회를 내실 있게 마무리하는 것이다. 지금 국회에는 한시가 급한 민생 법안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역대 이런 국회는 없었다. 내년 총선은 여야 간 초박빙의 승부가 예상된다. 상대 실수에 기대는 안이한 전략으로는 결코 승리할 수 없다. 정기국회를 통해 정책으로 승부하고 실력을 평가받는 정공법으로 민심을 얻어야 한다. 진검승부는 이제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