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츠커상’ 데이비드 치퍼필드, 유현준 교수와 대담
25일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세계본사에서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이 세계본사 준공 5주년을 맞아 열린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 초청강연회에 인사말을 하고 있다. 신주희 기자 |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아모레퍼시픽 세계본사’가 완공된 후 5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모두가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도록 설계된 본사에 임직원들의 꿈이 더해져 아름다움의 전당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아모레퍼시픽 제공] |
서울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아모레퍼시픽 세계본사가 준공 5주년을 맞았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은 25일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세계본사에서 열린 영국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 초청강연회에서 이같이 인사말을 전했다. 치퍼필드는 2018년 완공된 아모레퍼시픽 세계본사를 설계했다. 올해 3월에는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영국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강연을 하고 있다. 치퍼필드 머리 뒤로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세계본사 설계에 모티브가 된 백자 달항아리가 보인다. 치퍼필드는 아모레퍼시픽 세계본사를 설계한 건축가다. 아모레퍼시픽은 세계본사 준공 5주년을 맞아 치퍼필드를 초청했다. [아모레퍼시픽 제공] |
이날 서 회장은 아모레퍼시픽 세계본사를 통한 공동체의 ‘연결’을 강조했다. 그는 “지역사회 모두에게 개방된 저층부 아트리움(저층홀)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건물, 건물과 지역을 연결하고 문화적 영감을 선사하는 마을이자 커뮤니티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아모레퍼시픽과 치퍼필드가 ‘모두가 조화로운 연결의 공간을 창출하겠다’는 공동의 목표에 깊이 공감해 문화적 차이도 이겨내고 힘을 모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올해 프리츠커상 수상자이자 아모레퍼시픽 세계본사를 설계한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오른쪽)가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부 교수와 대담하고 있다. 신주희 기자 |
치퍼필드의 강연은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부 교수와 대담으로 이뤄졌다. 400여석의 좌석이 가득 찰 정도로 인기는 뜨거웠다. 치퍼필드는 강연에서 아모레퍼시픽 세계본사가 담고 있는 가치와 건축 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서 회장이 프리츠커상 발표가 나고 몇 시간 뒤에 곧바로 전화를 주셨다”며 “저보다 더 기뻐했다”고 수상 후일담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치퍼필드는 “아모레퍼시픽 세계본사가 훌륭한 건물인 이유는 서 회장이 시각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건물의 목적까지 생각할 수 있게 했기 때문”이라며 “서 회장은 어떻게 이 건물을 직원들을 위한 공간으로 만들지를 고민하면서 한편으로는 이 지역사회와 어떻게 연결을 할 것인가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타워형보다는 저층의 무게감 있는 건물로 공간을 구상해 지역사회와 소통하고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공간을 꿈꿨다”고 덧붙였다.
올해 프리츠커상 수상자이자 아모레퍼시픽 세계본사를 설계한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오른쪽)가 유현준 홍익대 건축학부 교수와 대담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제공] |
아모레퍼시픽 세계본사는 서 회장과 건축가인 치퍼필드가 백자 달항아리에 영감을 받아 지었다. 수직 대신 수평을 지향했으며 밤이 되면 보이는 은은한 조명은 백자의 빛깔을 연상하게 한다는 것이 건축학계의 평가다.
치퍼필드는 “백자 달항아리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문명에 있어서 걸작”이라며 “정말 특별한 유산”이라고 극찬했다. 이어 “백자 달항아리는 저와 서 회장이 미(美)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모티브가 됐다”고 밝혔다. 평소에 한국 도자기에 관심이 많은 그는 안정적이고 고요한 사물을 통해서 ‘아름다움’을 표현해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세계본사를 설계한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아모레퍼시픽 세계본사 앞에 있는 백자 달항아리 조형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제공] |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서 회장 역시 달항아리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다. 특히 고미술품 수집가였던 부친이자 아모레퍼시픽 창업주인 고(故) 서성환 태평양그룹(현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영향을 받았다. 최근 리뉴얼한 ‘설화수’ 용기도 달항아리에서 영감받아 디자인됐다.
아모레퍼시픽 세계본사 5층 중정을 배경으로한 전시회 포스터. [아모레퍼시픽 제공] |
5층의 중정도 아모레퍼시픽 세계본사가 품고 있는 묘미 중 하나다. 한옥의 중정에서 영감받은 이 공간은 자연을 상징한다. 철제 건물 한가운데에 있는 소나무와 물이 도심 속에서 자연에 온 듯한 인상을 준다. 중정은 빛을 사방에서 받아들이고 건물 중간 공기가 관통할 수 있게끔 설계됐다고 치퍼필드는 강조했다.
치퍼필드는 건물을 터전으로 삼는 아모레퍼시픽 직원들에게 “아모레퍼시픽이 갖고 있는 선언을 건축가로서 구현을 해준 것일 뿐이다. 건축가가 성공적으로 건물을 만들었다고 생각하기보다는 회사의 좋은 원칙과 가치가 있었기 때문에 지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업무공간으로서뿐 아니라 편의시설·사회적 공간·인프라를 충분히 누리셨으면 좋겠다”며 대담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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