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9~20일(현지시간) 이틀에 걸쳐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5.25~5.50%로 동결했다. 6월 동결 이후 두 번째로, 한국(3.50%)과의 금리 차도 최대 2.0%포인트를 유지했다. 하지만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최종금리에 도달한 것은 아니다”며 연내 추가 인상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한·미 금리 차는 현재 2.0%포인트에서 2.25%포인트로 벌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금리 동결은 예상대로였다. 문제는 연준의 향후 정책 방향이다. 연준이 공개한 위원들의 점도표를 보면 올해 말 금리예상치(중간값)는 5.6%로, 지난 6월과 같다. 현재 기준금리가 5.25~5.50%라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말까지 한 차례 더 인상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견조한 고용과 활발한 소비가 이어지고 물가는 여전히 높다고 보는 것이다. 파월 의장은 “정책목표(2%) 수준으로 안정화됐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며 긴축 장기화 가능성도 시사했다. 연준이 제시한 내년 말 기준금리 예상치는 5.1%다. 지난 6월의 4.6%보다 0.5%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내년 한 해 동안 0.5%포인트 찔끔 인하에 그칠 것이란 메시지다.
연준의 방향은 우리에게는 힘든 시기를 예고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역대 최고 수준인 한·미 금리 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는 데에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초 기준금리를 3.5%로 올린 후 다섯 차례 동결했다. 연내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긴 했다. 하지만 다음달 금리 결정을 두고 한은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미국이 연내 한 차례 더 올린다면 금리 차가 2.25%포인트까지 벌어져 더는 버티기 어려울 수 있다. 자금 유출 현실화와 환율 상승 압박으로 경제가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꿈틀거리는 물가도 우려되는 요인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석 달 만에 3%대(3.4%)에 재진입하는 등 압박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아 100달러에 육박하는 고유가는 기름을 붓는 격이다. 그동안 물가 하락에 기여한 유가가 다시 1년 전으로 돌아가 물가 전반에 영향을 주게 되는 셈이다. 이 와중에 부동산 ‘영끌’행렬이 이어져 2분기 연속 줄었던 가계 빚이 9조원 폭증했다. 연체율 상승, 소비여력 감소 무역수지 악화 등 경기침체 불안요인이 산재해 있다. 그만큼 우리 경제 기초체력이 약하다는 얘기다.
글로벌 고금리·긴축 기조 장기화가 현실화한 마당에 선제적 대응은 물론 경제체질 개선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