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주범에 대통령상 수상 적절한지 비판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이달 13일 국토교통부와 한국조경학회로부터 제13회 조경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했습니다. 안성시 아양지구 B1블럭에 들어서는 공공분양주택의 단지 내 정원(LH 시그니처 가든)이 대상입니다. 입주민들의 선호도가 높았다고 합니다.
LH가 조경대상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건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지난해에도 평택 고덕지구 공공 정원으로 대통령상을 수상했죠.
LH는 올해 ‘시그니처 가든’ 이외에도 상을 받았습니다. 인천 검단신도시 AA9블록에 조성한 ‘포용정원’이 한국조경학회장상을 수상했습니다.
축하할 일입니다. 일반적으로 공공분양주택 단지 내 시설은 민간 분양 주택에 비해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LH가 공공 주택의 조경시설도 민간 못지않게 꾸미고, 그에 대한 성과를 포상하는 건 바람직합니다. 공공이 대규모로 짓는 공공주택과 도시의 조경시설이 훌륭한 건 도시 경쟁력과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겁니다.
이한준 LH 사장이 지난 8월 11일 오전 서울 강남구 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아파트 전수조사 관련 기자회견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이 사장은 91개 아파트 단지 전수조사 과정에서 철근이 누락된 단지 5곳이 누락 정도가 경미하다고 자체 판단해 지난 발표에서 제외했다는 사실을 발표했다. [연합] |
그런데 한편으론 씁쓸합니다. 요즘 상황이 그렇습니다. 아마 LH가 지은 일부 단지 주민들은 짜증이 날 수도 있을 겁니다.
LH는 지난 4월 발생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이후, 확산되고 있는 일명 ‘무량판 포비아’의 원인을 제공한 공기업입니다. ‘무량판 구조’로 지은 구조물은 기둥 부분에 전단보강근(철근)을 넣어 상판(천장)과 기둥의 닿는 부분의 강도를 좀 더 튼튼하게 해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게 주요 원인이었습니다.
정부는 이 구조를 적용한 LH 다른 단지를 추사 조사한 결과, 수십개 단지에서 역시 같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이들 단지 주민들은 지하주차장 주변을 다닐 때면 불안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입주민들 사이엔 “당분간 단지 산책로엔 가지 말라”, “조경 부분은 최대한 피해 다녀라” 같은 이야기가 돌 정도라고 합니다. 무량판 구조로 지은 지하주차장 상부는 대부분 공원이나 산책로, 놀이터이기 때문입니다. 무너진 검단신도시 지하주차장 상부에도 놀이터와 화단 등이 조성될 예정이었습니다.
LH가 조경으로 대통령상을 받는 모습을 지켜보는 이들 단지 주민들의 심정은 어떨까요?
‘무량판 포비아’는 민간으로까지 확산됐습니다. 정부는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전국 300여 만간단지도 전수 조사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의 불안감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지금 LH에 대통령상을 줘 칭찬할 때인가?” 반문하더군요.
사실 정부는 최근 민간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정부포상을 줄이고 있습니다. 포상 업체 선정기준이 계속 강화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예를들어 정부 포상 기업 대상에 언론보도 등 사회적 물의가 발생한 경우, 사망사고가 난 사업장이 있는 기업 등은 철저히 제외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건설업계 협단체들은 최근 ‘건설의날’ 같은 업계 기념일 등에 포상 기업을 선정하기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합니다. 선정할 기업이 없다는 겁니다.
기업들 입장에선 항변하고 싶은 게 많습니다. 건설사고가 많은 기업 순서를 나열해 보면 정확시 건설현장 숫자가 많은 기업 순서와 일치합니다. 사업이 많은 건설사일수록 사고 노출 위험이 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최근 각종 정부 포상에서 대형 건설사들이 계속 제외되는 건 이런 이유에서라고 하더군요.
물론 잘못을 저지른 기업은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검단신도시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 현장의 시공사인 GS건설은 이미 천문학적인 손실을 입었습니다. 아파트 전체를 재시공하기로 결정한 데 대한 수천억원의 비용은 물론 브랜드 가치와 주가 하락은 기업 전체를 위기에 빠뜨릴 정도입니다. 향후 10개월 영업정지 처분도 받을 예정인 만큼 손실은 더 커질 겁니다.
그런데 사실상 이 모든 사태의 출발점인 LH는 아직 별다른 처분을 받고 있지 않습니다. 무량판 구조 특허를 받은 LH는 문제가 된 단지의 시행사로서 설계회사와 시공사, 감리업체를 직접 선정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책임져야 하는 위치입니다. 설계회사, 시공사, 감리업체 등 어떤 민간업체와 비교해도 책임이 가볍지 않습니다. 오히려 더 막중합니다.
정부는 LH에도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건 직후 현재까지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 결과적으로 민간에만 책임이 집중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무량판 구조 단지 조상대상만 해도 그렇습니다. 민간 단지의 경우 주거동에 무량판구조를 적용한 단지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했습니다. LH는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단지만 대상으로 했습니다.
사실 LH에 책임을 묻는 게 쉽지 않습니다. LH는 공급부족이 심각한 최근 상황에서 주택공급에 적극 나서야 하는 등 역할이 커지고 있습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언제부터인가 ‘건설 카르텔을 혁파하겠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정작 심각한 건 국토부와 LH 전관 문제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는데, 남 탓만 하는 것처럼 비춰진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부는 이 와중에 LH에 대통령상을 줬습니다. 아무리 개별 프로젝트가 훌륭했다고 하더라도 적절하지 않아 보입니다. 민간은 상대적으로 공정하지 못하다고 느낄 겁니다. LH 대통령상에 흔쾌히 박수를 보낼 수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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