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지난 6월 전망치대로 1.5%를 유지했다. 반면 세계 경제성장률은 애초 2.7%보다 0.3%포인트 높은 3.0%로, 상향조정했다. 일본은 6월(1.3%)보다 무려 0.5%포인트 높은 1.8%를 제시해 한국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대로라면 한국 경제성장률이 25년 만에 일본에 역전당하게 된다.
OECD는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021년 12월에 2.7%로 제시한 뒤 다섯 번에 걸쳐 줄곧 내려왔는데 일단 이 정도에서 묶은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전망치(1.5%)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상과 같고, 국제통화기금(IMF)·정부·한국은행 전망치(1.4%)보다는 높다. 하지만 일본과 비교하면 뼈아프다. 일본 성장률 전망치에 0.3%나 밑돈다. 한국 성장률이 일본보다 낮은 시기는 1967년 이후 65년간 1980년 오일쇼크와 1998년 외환위기 때 두 차례뿐이다. 한국 경제가 역동성을 잃고 장기 저성장을 겪고 있는 일본보다 더 못하게 됐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경제성장의 축인 수출과 내수 모두 부진한 탓이 크다. 수출은 반도체와 중국 시장의 고전으로 급감해 11개월째 감소세다. 연간 누적 무역적자가 254억달러에 달한다. 반면 일본은 엔저를 바탕으로 가격경쟁력이 커지면서 수출이 늘고 있다. 기업경기가 호전돼 투자도 느는 추세다. 일본은 이미 전분기 대비 2분기 성장률이 1.5%로, 한국 0.6%를 크게 웃돌았다.
문제는 내년 상황도 크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OECD는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종전대로 2.1%로 유지했지만 에너지 공급 차질, 식량 가격 상승, 중국의 경기 둔화 등을 위험 요인으로 제시했다. OECD 중 에너지 수입국 1위인 데다 중국 수출 비중이 20%에 달하는 한국 경제가 요동칠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 경제 위기신호는 한둘이 아니다. 석유화학·철강·전자·기계 등 전통적인 수출 주역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저출산·고령화로 생산가능인구가 줄고 부채는 치솟고 있다. 26년치 월급을 꼬박 모아야 집을 살 수 있을 정도로 부동산 가격도 너무 높다. 저성장이 고착화하는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닮아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전면적인 경제 체질 개선과 첨단 산업으로의 중심이동, 노동·연금·교육 개혁 등 해결과제가 만만치 않다. 첨단 산업은 국가 대항이 된 지 오래다. 선진 각국이 천문학적인 지원금을 쏟아붓고 투자 유치에 나서는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인재 확보와 규제 완화도 숙제다. 노동·연금·교육 개혁 등 갈 길이 먼 데도 정치권은 사생결단으로 자기들끼리 싸우고 있으니 한숨만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