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고위공직자 인사청문에 나선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게 제기된 재산증식 등의 의혹에 대한 답변이 실망스럽다. 평생 법을 다루며 살아온 법관의 해명이 맞나 싶을 정도로 의문스러운 대목도 적지 않았다. 대법원장은 사법부 수장으로 법과 원칙, 정의와 인권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라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풍부한 자질과 함께 그 어느 자리보다 엄격한 도덕적 잣대와 높은 청렴성이 요구된다. 그러나 19~20일 양 일간 열린 이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이러한 기대감을 충족해주지 못해 많이 아쉽다.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 앞서 72억여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역대 대법원장 후보자 중 가장 많은 금액이다. 재산이 많은 것은 흠이 아니지만 법관이기에 형성 과정은 누구보다 적법하고 투명해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게 많다는 지적이 인사청문회에서 쏟아졌다. 거액의 비상장 주식이 누락돼 청문회를 앞두고 부랴부랴 신고하는가 하면, 증여세 탈루 의혹도 제기됐다. 서울에 살면서 부산의 농지를 사들였는데 이 농지 값이 많이 올라 엄청난 차익을 실현한 것에 대해 농지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근 10년 사이 서울 주요지역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는데도 해마다 동결 신고한 내용도 있다. 이것만 해도 법관으로서 적절치 못한 처신들이다.
정작 문제는 이러한 의혹 제기에 대한 해명이 안이하고 법관답지 못하다는 것이다. 과거 공직자 재산 신고에서 본인과 가족이 소유한 비상장 주식 누락에 대해 “인식하지 못했고 국민에게 송구스럽다”고 답했다. 해마다 수천만원의 배당금을 받을 정도의 고액 비상장 주식은 당연히 대상이고 이를 어겼다면 공직자윤리법 위반이다. 선출직 공무원이면 당선 무효도 가능한 사안이다. ‘몰랐다’ ‘죄송하다’며 어물쩍 넘어가는 것은 결코 법관의 자세가 아니다. 이런 사안이 재판에 올라왔다면 이 후보자는 어떻게 판결했을 것인가 스스로 자문해보면 잘 알 것이다. 부산 농지에 대해서도 “법을 위반한 적은 없다”고 했지만 자신이 내린 판결과 배치된다는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김명수 대법원장 재임 6년간 사법부가 지나치게 정치적이었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실제 석연치 않은 사례도 있었다. 그러기에 차기 대법원장에 거는 국민적 기대는 매우 크다. 이 후보자는 이에 부응할 책임과 의무가 있다. ‘윤석열 친구의 친구’라는 곱지 않은 세간의 시선을 차단하고 사법부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을 지켜내기 위해서도 법관답게 제기된 의혹을 더 명확하게 해명해야 한다. 고위공직자 청문회에 단골로 등장하는 ‘몰랐다’ ‘죄송하다’는 발언은 대법원장 후보자의 몫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