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롯데백화점 제공] |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백화점업계가 본업만큼이나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보복소비 효과가 끝나면서 소비 침체가 찾아온 데다가 장기적으로는 인구 감소로 내수 소비 시장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백화점들은 헬스케어, 리테일 테크, 예술 등 고부가가치 산업에 발을 뻗었다. 당장 수익을 창출하지는 못하지만 장기 비전을 위한 첫 단추를 꿰기 위한 행보다. ‘오너 3세’의 주도로 신사업에 속도가 붙고 있는 만큼 이들의 경영 구도를 완성하려는 속내도 깔렸다.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이사가 19일 ‘롯데쇼핑 CEO IR데이’에서 발언하고 있다. [롯데쇼핑 제공] |
롯데백화점을 운영하는 롯데쇼핑은 19일 ‘리테일 미디어’를 신사업으로 발표했다. 리테일 미디어는 데이터를 광고와 결합해 개인 맞춤형 광고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롯데쇼핑은 통합 미디어 플랫폼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유통에 특화된 생성형 AI(인공지능) 추진체를 구성해 광고 제작을 자동화하고 AI 기반 고객 상담 등의 서비스를 선보인다. 롯데쇼핑은 이를 위해 인공지능 스타트업 업스테이지와 이달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정유경 신세계그룹 총괄사장의 주도로 ‘아트 비즈니스’를 육성 중이다. 정유경 총괄사장은 8일 국내 미술계 최대 행사인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 2023’에 참석해 직접 현장을 챙기기도 했다. 7년 만에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자리일 만큼 아트 비즈니스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특히 미술품은 ‘럭셔리 중에서도 럭셔리’로 꼽힌다. 신세계백화점은 백화점에서 예술작품을 거래하고 예술 소비계층을 백화점으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이 국내 주요 미술품 경매사인 서울옥션 인수를 검토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인수는 무산됐지만 미술품 경매와 판매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온라인 디지털 아트갤러리를 열고 업계 최초로 모바일 미술품 경매를 열었다. 오프라인에서도 아트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2027년 개장을 목표로 이마트 광주점 부지와 기타 부지를 합쳐 광주에 ‘신세계 아트 앤 컬처 파크’를 건립한다는 계획이다. 광주 신세계백화점 확장에 9000여 억원을 투입했을 정도로 대규모 투자인 셈이다.
롯데쇼핑과 신세계백화점 모두 본업인 ‘리테일’을 기반으로 신사업을 구상했다면, 현대백화점은 유통 DNA를 벗어나 신수종 산업을 키운다는 전략이다.
우선 현대백화점은 헬스케어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이 2021년 선포한 ‘비전 2030’을 달성하기 위한 발판이다. 정지선 회장은 비전 2030을 발표하면서 그룹 매출 40조원을 핵심 목표로 제시했다. 이를 위해 백화점 등 유통 중심의 사업 구조를 종합 생활문화기업으로 전환하는 게 골자다.
이를 위해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세계 1위 종합 식품회사인 네슬레의 헬스케어 자회사 네슬레헬스사이언스와 손잡고 바이오·헬스케어사업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일차적으로 현대백화점은 현대백화점, 현대홈쇼핑 등 그룹 내 유통 계열사에서 네슬레헬스사이언스의 주요 건기식을 독점 판매할 예정이다.
하지만 제품 유통에서 그치지 않고 제조 기술 분야까지 사업을 확대하는 게 현대백화점의 구상이다. 현대백화점은 네슬레헬스사이언스와 케어푸드·메디컬푸드 공동 개발·생산 등 주요 분야에서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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