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3일 국방부, 문화체육관광부, 여성가족부 등 3개 부처 장관을 교체하는 2차 개각을 단행했다. 6월 통일부 장관과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교체에 이은 것으로, 윤석열 정부 들어 장관 3명이 동시 교체되기는 처음이다. 대통령실은 적극 부인하지만 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외압 논란, 잼버리 파행 등 국정수행에 허점을 노출한 부처 장관을 교체해 집권 2년차의 부처와 관료사회에 긴장과 활기를 불어넣으려는 ‘문책성 개각’ 의도가 엿보인다.
대통령실은 이번 개각과 관련해 “업무 파악과 과제 모색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은 전문적 경험을 갖춘 실전형 인사를 발탁했다”고 했다. 장관 후보자들의 면면을 보면 수긍이 간다. 신원식 국방부장관 후보자는 육군 장성 출신으로 정책과 작전, 야전을 두루 거쳤고, 국회의원(비례대표)으로 의정활동도 경험했다. 연기자 출신의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초대 문체부 장관으로 3년간 재직했고 예술의전당 이사장을 지내는 등 현장과 행정을 아우르는 식견을 갖췄다. 김행 여가부 장관 후보자는 여가부 산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을 지냈다. 이들의 경험과 전문성이 내각이 심기일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고 국정 과제 수행의 동력원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대통령실은 오로지 능력과 전문성만을 보고 적재적소형 인재를 기용했다고 하지만 이번에도 협소한 인재풀의 한계로 감동과 참신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다. 특히 이명박(MB) 정부에 이은 유 인촌 후보자 재기용은 ‘회전문 인사’ 논란을 부른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에 이어 유 후보자까지 가세하면서 ‘MB내각 시즌 2’로 불릴 판이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 김은혜 홍보수석,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 등이 MB 참모였음을 고려하면 더 그러하다.
2차 개각 장관 후보자들은 대체적으로 ‘강성’이고 필요에 따라선 누구보다 앞장서 싸운다는 공통점이 있다. 야당과 국민과의 소통이 걱정되는 대목이다. 신원식 후보자는 의정활동에서 최근 논란이 된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당연시했는데 이런 시각이라면 해군 홍범도함의 이름 지우기도 강행할 우려가 크다. 행정은 개인의 소신보다 국민 다수의 여론지형을 살펴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 “이념이 중요하다”는 윤석열 내각에는 안 그래도 야당과의 전투를 마다치 않는 ‘싸움닭’이 많이 포진돼 있는데 여기에 가세하는 장관들이 더 늘어나면 진영싸움은 더 증폭되고 통합과 협치의 길은 더 멀어진다. 국무위원들은 자신의 존재감보다 국리민복을 위해 뛰는 심부름꾼이고 공복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