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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홍범도 흉상 이전 논란...충분한 여론수렴 필요하다

육군사관학교 충무관 앞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등 독립운동가 5명의 흉상 이전 논란이 여전히 뜨겁다. 애초 국방부는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인 이회영 선생의 흉상을 독립기념관으로 옮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을 비롯한 각계의 논란과 반발이 거세지자 한 걸음 물러서며 홍범도 장군만 이전하는 것으로 가닥을 다시 잡았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까지 나서 홍범도 장군의 무장 항일투쟁 공로는 인정하지만 독립기념관에서 기리는 게 더 적절하다는 요지의 뜻을 밝혔다고 하니 정부 내부의 이전 방침은 확고한 듯하다.

흉상 이전에 대해 국방부는 “소련 공산주의 세력과 손잡은 전력이 있는 인사의 흉상을 설치한 것이 부적절하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윤 대통령도 “우리 군의 확고한 대적관(對敵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이 사안을 언급했다고 한다. 한 마디로 소련 공산당 가입 전력이 있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육사생도들이 활보하는 장소에 둘 수 없다는 것이다. 홍 장군이 일제의 압박을 피해 극동 러시아로 근거지를 옮기면서 소련 공산당에 가입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효과적 독립운동을 위한 방편이었을 뿐 정치적 활동과는 거리가 멀다. 더욱이 이 시절 사회주의 활동은 독립운동의 핵심 수단 중 하나였다. 단지 공산당 가입 이유만으로 평가를 달리하는 것은 편협하고 반시대적인 역사관이 아닐 수 없다.

홍범도 장군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이미 끝난 지 오래다. 홍 장군은 1920년대 항일 무장독립운동의 상징적인 존재였다. ‘봉오동 전투’에서 일본군에 역사적 대승을 거뒀고, 김좌진 장군과 함께 청산리대첩을 이끌었다. 그 공로로 박정희 정부 당시 건국훈장 대통령장이 추서됐고,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건조된 최신 잠수함을 ‘홍범도함’으로 명명하기도 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에서 항일 독립군을 우리 군의 기원으로 삼는다는 의미에서 무장 독립운동가 5명의 흉상을 육사 교정에 설치한 것이다. 홍 장군에 대한 평가는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잣대로 따질 사안이 아니다. 여러 정권에 걸친 평가들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역사는 깊고 넓은 시각에서 조망해야 한다. 100년 전의 공산당 가입과 자유시 참관이란 지엽적 사실을 문제 삼는 것은 역사의 큰 줄기를 거스르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결정적 근거 없이 홍범도 장군의 평가를 수정하는 것은 반역사적이며 소모적 논란만 양산할 뿐이다. 정부는 흉상 이전계획을 일단 중단하고 여론을 충분히 더 수렴해 신중하게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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