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염수 방류 이후 첫 주말인 26일 오전 11시께 서울 영등포구 소재 한 대형 마트 수산물 코너에서 소비자들이 수산물을 살펴보고 있다. 김벼리 기자 |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얼마 전에 오염수도 방류했는데 좀….”
중년의 여성이 대형 마트 수산물 코너로 향하자 동행한 남성이 일본의 오염수 방류 얘기를 꺼냈다. 두 사람은 제품을 뒤적이며 라벨들을 확인하다가 “‘국내산 생고등어’ 정도면 괜찮겠지”라며 상품 하나를 카트에 집어넣었다.
서울 영등포구 소재 한 대형 마트 수산물 코너에 수산물의 안전성을 안내하는 표지판들이 있다. 김벼리 기자 |
헤럴드경제가 ‘오염수 방류’ 이후 첫 주말인 26일 찾은 서울 영등포구의 한 대형 마트 수산물 코너에는 제철을 맞은 꽃게를 비롯해 제주 생은갈치, 생고등어, 간고등어 등 국내산 수산이 진열돼 있었다.
판매대 위로는 소비자들의 불안을 의식한 듯 ‘사전 비축 수산물 판매’ ‘일본산 수산물 미취급’ ‘방사능 안전검사 체계 안내’ 등 안전성을 강조하는 안내판들이 줄줄이 올려져 있었다. 그중에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QR코드가 인쇄된 안내판도 있었다. 휴대전화로 코드를 인식하니 식약처의 ‘국내 유통식품 방사능 검사 현황’ 웹사이트가 떴다. 이 페이지에는 국내 수산물 방사능 검사 결과들이 일별로 올라왔고, 수산물 검사 건수 결과 중 적합 판정을 받은 건수가 적혀 있었다. 수산물 담당직원들은 연신 ‘국내산’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판촉행사를 벌였다.
이날 수산물 판매대에는 약 1시간 동안 꾸준히 5~10명의 고객이 상품들을 구경하고 장바구니에 수산물을 담았다. 똑같이 수산물을 구매한 소비자의 반응은 가지각색이었다.
오염수 방류 문제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소비자가 제법 눈에 띄었다. 40대 주부 황모 씨는 “정부에서도 과학자들도 지금 기준대로라면 문제가 없다고 하니 앞으로도 걱정 없이 수산물을 먹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는 오염수 문제가 불안하긴 하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산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김모(40) 씨는 “오염수 이슈를 생각하면 께름칙하긴 한데 지금 내놓은 제품까지 오염수가 영향을 미치진 않았을 것 같다. 현실적으로 수산물을 아예 안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조금씩 줄이는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며 “정부나 마트에서도 계속 방사능 검사를 하기 때문에 일단 상황을 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노르웨이산 연어 제품을 고른 직장인 이모(34) 씨도 “마트들이 일본 상품을 취급 안 한다고 하고 검역을 강화한다고는 하지만 국내산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라며 “노르웨이산같이 좀 거리가 먼 곳에서 나오는 상품 정도만 앞으로 먹을 것 같다”고 했다.
이마트 상품안전센터에서 직원이 상품 안전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마트 제공] |
마트업계는 아직 방류 초기인 만큼 당장 수산물 판매가 타격을 입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소비가 위축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불안을 잠재우는 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롯데마트는 롯데중앙연구소 안전센터에서 주요 포구별 샘플에 대해 분기별 한 번 하던 수산물 안전성검사를 최근 주 4회로 확대했고, 앞으로 더 늘릴 계획이다. 수산물선물세트는 모두 오염수 방류 이전에 비축된 냉동물량이지만 세트 생산 직전 방사능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마트는 방류시점부터 방사능 수치검사 단계를 ‘평시’에서 ‘주의’로 한 단계 올렸다. 입고량의 최대 75%에 대해 샘플검사를 하고 있다. 방사능 검사도 이중으로 진행하고 있다. 일차적으로 물류센터에서 간이 방사능기기로 방사능 수치검사를 하고, 다음날 이마트 구로점에 있는 상품안전센터에서 방사능 정밀기기로 추가 검사를 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국내산 수산물에 대해서도 공급업체에서 자체 검사를 통해 안전을 확인한 상품만을 확보해 판매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수산물을 공급하는 국내 모든 업체를 상대로 상품검사서를 함께 제출하도록 의무화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오염수 방류 초기라 당장 소비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소비자들의 불안이 큰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추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관련 조치를 강화하고 안전성을 홍보하며 대응해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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