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소주클래식 [원스피리츠 제공] |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편의점들이 국내 주류 수출 사업을 키우고 있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이 PB(자체 브랜드) 맥주 제품에 국한됐던 수출 품목을 한국 소주와 전통주까지 넓히려는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국내 주류 시장이 포화된 데다 정부가 ‘K-술’의 경쟁력을 키우려는 상황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모델이 CU의 차별화 맥주 상품 ‘이웃집 통통이 약과향 흑맥주’를 집어들고 있다. [BGF리테일 제공] |
24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GS리테일은 ‘박재범 소주’로 알려진 원스피리츠의 원소주를 비롯해 한국 소주와 전통주를 직접 수출하기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원스피리츠는 현재 국내 편의점 중에서는 GS25에서만 취급하고 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우리 소주, 전통주 등이 해외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재 여러 국가들과 논의 중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GS리테일은 2021년 주류수출입면허를 얻은 뒤 자사 PB 맥주나 차별화 맥주 상품들을 해외에 직접 수출하고 있다. 올해 기준 대만, 미국, 중국, 필리핀 등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채널을 통해 판매 중이다. GS리테일의 주류 수출액은 2021년 4억2100만원에서 지난해 9억4100만원으로 123.5% 증가했다.
GS리테일은 지금까지 자체 제작하거나 협업해 만든 맥주만 수출해왔는데, 이번 사업이 현실화되면 소주나 전통주 제조사에서 만든 일반 제품들까지 수출 품목을 넓히게 된다.
GS리테일뿐만 아니라 세븐일레븐과 BGF리테일(CU) 등 편의점 업계는 일제히 주류 수출 사업을 키우고 있다.
세븐일레븐을 운영하는 코리아세븐은 지난해 12월 주류수출입면허를 취득한 뒤 주류 수출 사업을 준비 중이다. 앞으로 해외 여러 나라들의 세븐일레븐에 뚱랑이·유동골뱅이·캬·굿·쥬시후레쉬 맥주 등 특화 주류상품을 수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주류 중소기업의 글로벌 진출 활성화도 도모한다.
CU를 운영 중인 BGF리테일도 2021년 주류수출입업 허가를 얻은 뒤 몽골에 곰표·말표·백양·퇴근길 맥주 등을 수출하고 있다. 앞으로 해외에 CU가 진출해 있는 몽골·말레이시아를 시작으로 주류 수출 국가를 점진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세븐일레븐의 PB(자체브랜드) 맥주인 쥬시후레쉬맥주 [코리아세븐 제공] |
편의점업계가 주류 수출을 키우는 것은 국내 주류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데다, 정부에서 K-술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는 작업에 힘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편의점업계에 K-술 수출 시장은 ‘블루오션’인 셈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산 주류 수출액은 3979억원이었다. 2021년 3257억원에 비해 22% 늘었지만, 주류 수입 규모에 비해 국산 주류 수출은 미미한 수준이다. 주류 수입액은 2020년 1조566억원에서 2021년 1조3454억원, 지난해 1조7219억원으로 2년 새 63%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입 주류 종류가 급격히 늘면서 국산 주류를 찾는 고객들이 점점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귀띔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국산 술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 4월 국세청이 한국 술 수출을 장려하기 위해 민관 합동으로 우리술 수출지원협의회를 발족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한 국세청과 한국주류산업협회는 수출용 주류에 한국 제품임을 알리기 위한 통합 브랜드를 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일본의 사케, 러시아의 보드카, 멕시코의 데킬라처럼 국산 주류를 대표하는 브랜드를 내세워 인지도를 높이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류 시장은 다양한 제품이 출시되면서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다”며 “이에 편의점도 주류 수출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고 있는 상황이다. ‘K-문화’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전략만 잘 짜면 자연스레 K-술에 대한 해외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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