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의 리셀 플랫폼 ‘크림(KREAM)’에 입점한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언더마이카의 제품(왼쪽)과 식료품 숍 모남희가 크림에서 발매한 키링 제품. [크림 캡처] |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한때 리셀을 막기 위해 매장에서 옷을 구매하면 눈앞에서 태그까지 잘라버렸던 브랜드가 있다. 바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최애 브랜드’라고 언급했던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언더마이카다. 그랬던 언더마이카가 지난해부터 입장을 180도 바꿔 네이버의 리셀 플랫폼인 ‘크림(KREAM)’에 입점했다. 언더마이카는 크림에서 시기별 한정 품목과 수량을 판매하는 드롭 방식으로 신상품을 선보인다.
개인 간 거래(C2C)가 주로 이뤄지는 리셀 플랫폼에서 업체가 직접 리셀 플랫폼에 입점해 상품을 판매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소수의 물량을 선보이면서 ‘리셀 마케팅 효과’를 노리려는 전략이다. 언더마이카와 같이 리셀에 회의적이었던 브랜드 역시 리셀 플랫폼에 들어오면서 한정 제품을 선보일 때마다 MZ세대의 관심을 끌어 모으는 중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크림 내 ‘크림 브랜드관’에 입점한 브랜드는 150여 개에 이른다. 크림이 지난해 9월 브랜드관을 오픈한 이후 초기 30개였던 입점 브랜드가 11개월 만에 약 5배 성장한 것이다. 브랜드관에서는 개인 판매자가 아닌 브랜드가 직접 크림에 입점, 드롭 방식으로 물건을 판매한다. 리셀 플랫폼을 기업 간 소비자(B2C) 거래 창구로 활용하는 셈이다. 이곳에서는 크림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단독 제품, 크림 한정 선발매를 선보인다.
연예인 키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식료품숍 모남희도 역시 올해 7월 크림에서 패션 브랜드 STU와 협업한 키링을 선발매했다. ‘모남희 키링’은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품절 대란을 일으켰다. 정가 4만 5000원에 판매되던 상품은 리셀 시장에서 10만원으로 두 배 이상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웃돈을 주고서라도 사려는’ 브랜드라는 이미지를 심기 위해 몇몇 브랜드가 전략적으로 리셀 플랫폼을 선택하는 분위기”라며 “과거에는 일부 브랜드가 리셀을 막기 위해 ‘리셀 금지’ 조항을 내걸었지만 리셀을 마케팅으로 활용하려는 브랜드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정판에 대한 수요를 자극해 리셀을 마케팅으로 활용하고 있는 브랜드가 늘고 있다”며 “아예 리셀 플랫폼에 입점해 드롭으로 제품을 선보이며 화제를 모으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리셀 마케팅’은 패션뿐 아니라 식음료까지 옮겨가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사례가 농심의 ‘먹태깡’이다. 농심이 올해 6월 말 6번째 ‘깡 스낵’으로 출시한 먹태깡은 출시 1주일 만에 100만봉이 판매될 정도로 소비자 사이에서 인기몰이를 했다. ‘먹태깡 품귀 현상’이 심해지자 일각에서는 농심이 ‘리셀 마케팅’을 펼쳐 품귀현상을 유도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농심은 리셀 마케팅을 부인했지만 효과는 확실했다. 먹태깡은 출시한 지 두 달 가까운 시점에도 당근마켓에서는 2~3배가량 웃돈이 붙어 판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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