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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무량판 사태 어디를 향하는가

지난 4월 발생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의 여진이 거세다. 논란은 확대 재생산 중이다. 후폭풍이 어디로까지 번질지 예단하기 어렵다. 수천억원을 들여 아파트를 다시 짓겠다고 할 때만 해도 단일 사업지의 문제일 것 같았다. 하지만 이후 무량판 아파트에 대한 포비아로 번졌고, 이어서는 건설업계 전반의 고질적인 카르텔 구조의 문제로 비화됐다. 그러더니 이제는 발주처였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의 이슈로 확전됐다.

반응은 크게 두 갈래다. 먼저 ‘언젠가 터질 것이 터졌다’라는 냉정한 평가가 주를 이뤘다. 그만큼 건설업계 전반의 시스템에 대한 구조적 결함이 오랜 기간 누적돼 왔다는 지적일 것이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과연 정부가 이번 사태를 계기로 무엇을 개선하고 바꿔나갈 것인지 가늠이 안 된다는 근본적인 목표 의식에 대한 물음이 이어진다.

검단 아파트와 LH 무량판 구조 단지에 대한 전수조사 발표에서 정부는 한결같이 설계와 시공, 감리 모두에서 총체적으로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설계업체들의 열악함과 전문성 부족, 공기와 이윤을 좇는 시공 현장의 부실한 운영, 책임감을 잊은 느슨했던 감리 등 건설업계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원인과 현실에 대한 진단은 냉정하고 정확했다. 그렇다면 이후 이뤄질 대응은 이를 개선하고 바로잡는 데 모아져야 했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는 과정은 무언가 꼬인듯 싶다. 냉정하게 말해 문제의 본질이 아닌 개별 이슈로 논의가 집중되는 것 같다. 몸통은 그대로인데, 꼬리만 잘라내는 것 아닐까라는 걱정마저 든다.

구심점을 잃은 건 돌연 민간아파트에 대한 무량판 전수조사 계획을 밝히면서다. 이는 부실 시공은 비단 LH뿐 아니라 민간아파트에서도 있었을 것이라는 개연성에서 출발한 듯 싶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이 흐려졌다. 아무런 죄가 없는 무량판 구조만 공포의 대상으로 만들었다. 설계 회사들은 왜 구조 계산을 제대로 못 하고, 외국인 노동자들이 태반인 공사 현장에서 시공의 질적 저하가 얼마나 심각한지와 같은 본질적 문제는 논란의 중심에서 사라졌다.

그러더니 예상치도 못하게 LH의 무량판 단지 보고 누락 사태가 겹쳤다. 이후 LH 전관의 이권 카르텔로 문제의 초점이 또다시 바뀌어 있다. LH에 대한 압수수색이 진행되며 강제수사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권 카르텔이란 단어는 실체를 가늠하기 힘들고 추상적인 개념이다. 그래서 자칫 건설업계 전반의 구조적인 부조리를 개선하는 게 아닌, 개별적인 일탈 사건을 단속하고 벌주는 방향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애초부터 컸었다. 적어도 현시점에서 평가를 하자면 이런 우려대로 흘러가는 것 같다.

목표는 명확해야 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메시지는 구체적이고 분명해야 한다. 이는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기 위한 리더십의 기본이다. 과연 현 무량판 사태에서 정부가 원하는 목표가 무엇일까. 애초 목표로 했던 문제의식을 재차 분명히 해야 할 시점이다. 그것이 부실시공 건설사를 추가로 밝혀내거나, LH 전관이 근무하는 업체와의 용역 계약 절차를 전면 중단하는 식의 지엽적인 일은 분명 아닐 것이다. 후진적인 건설 관행을 바꿔야 할 골든타임이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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