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연수점 [이마트 제공] |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올해 2분기 부진한 실적을 발표한 이마트가 돌연 새 먹거리로 ‘광고 사업’을 내세웠다. ‘리테일 미디어’, 구매 시점 맞춤형 광고를 새로운 수익원으로 점찍은 것이다. 쿠팡 등 신흥 유통 공룡이 기존 유통 강자의 자리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상품 판매만으로는 자리를 지키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전략으로 풀이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14일 2분기 실적 발표 당시 하반기 중점 사업으로 리테일 미디어를 언급하며 신규 수익원을 발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리테일 미디어는 유통 기업 내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광고 비즈니스를 말한다. 구매 시점에 소비자에게 노출되는 광고이기 때문에 일반 광고보다 훨씬 효과적이다.
이마트는 온·오프라인 매장, 이마트 애플리케이션과 연동한 통합 광고 사업 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다. 기존에도 매장에서 사이니지·현수막을 통해 광고를 선보였지만 광고 사업을 더욱 고도화해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속내다. SSG닷컴은 검색광고 셀러 수를 확대하며 신규 AI(인공지능) 추천광고를 확대한다. G마켓도 유사 타깃을 겨냥한 디스플레이 광고(DA)를 늘릴 예정이다.
국내에서 리테일 미디어는 다소 생소하지만 이미 해외에서는 유통사의 견고한 ‘캐시카우’다. 리테일 미디어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회사는 미국의 e-커머스기업 아마존이다. 2012년 자체 광고 플랫폼 아마존 광고를 론칭하며 리테일 미디어가 처음 등장했다.
아마존은 이전까지는 기타 항목으로 분류되던 ‘광고 서비스 수익’을 2021년 4분기부터 별도 항목으로 공개했다. 당시 아마존의 광고 수익이 아마존 프라임을 포함한 모든 구독 서비스 사업 규모를 훨씬 뛰어넘는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았다. 아마존이 3일(현지시간) 발표한 2분기 실적에서도 광고수익은 107억달러(약 14조 3176억원)에 이른다.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규모로 전체 매출 1344억 달러(약 174조7200억원)에서 약 8%를 차지하는 셈이다.
아마존이 온라인 맞춤형 광고를 공략했다면 오프라인 강자 월마트는 매장 내 디지털 사이니지·키오스크에 광고를 노출하는 식으로 리테일 미디어를 운영하고 있다. 2021년부터 광고 사업 명칭을 ‘월마트 커넥트(Walmart Connect)’로 바꾸고 주력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리테일 미디어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트래픽이 핵심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광고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이용자에게 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마트가 구상한 신사업도 결국 이용자수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국내에는 이미 네이버, 쿠팡, 배달의민족 등 IT 기반 유통업체가 맞춤형 광고 시장에 진출해 있어 그만큼 광고 시장에서 경쟁도 만만치 않게 치열하다.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나 신세계의 고객 데이터베이스와 AI(인공지능) 시스템으로 (광고를 하려는)판매자를 끌어 들어들일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리테일 미디어 역시 이용자수가 많아야 효과를 낼 수 있다”라며 “고객수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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