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가 11일 퇴영식과 K-팝 콘서트로 일정을 마무리했다. 폭염과 태풍에 대처하지 못한 졸속 준비와 운영 미숙으로 선진국 문턱에 다가섰다고 자부해온 국가 위신이 단번에 곤두박질쳤지만 온 국민과 기업까지 발벗고 나서 잼버리를 끝까지 이어간 것은 다행이다. 6년여의 시간과 1170억원의 예산에도 참사가 벌어지고서야 부랴부랴 수습한 파행의 원인을 이제 제대로 따지고 책임을 물어야 할 시간이다.

새만금 잼버리는 국민 마음에 적지 않은 상처를 남겼다. 4만3000여명이 모이는 곳에 기초적인 위생시설인 화장실과 샤워실이 턱없이 부족하고 관리조차 되지 않은 후진적인 운영 실태는 고개를 들 수 없게 만들었다. 땡볕을 피할 그늘막도 없고, 생수·의료품 부족에 곰팡이 계란 등 음식 부실과 물 빠짐이 안된 웅덩이까지 비상식적인 상황은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잼버리에 투입된 예산 1170억원 중 무려 74%를 차지하는 869억원이 조직위 운영비로 쓰이고 화장실, 샤워장 등 야영장 시설 조성에는 129억원만 쓰였다고 한다. 참사는 예고된 거나 마찬가지였던 셈이다. 공무원들은 그 돈으로 잼버리 견학이라며 해외관광을 즐겼다. 기초 시설을 갖추는 데 들어가야 할 돈이 엉뚱한 데 쓰인 건 아닌지 모두 꼼꼼이 따져봐야 한다.

속속 드러나는 부실 준비 실태는 황당하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실이 13일 전북도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잼버리 관련 계약 현황’에 따르면 잼버리 파행 원인으로 지목되는 수도 전기 등 기반시설의 준공시점이 개막 이후로 설정돼 계약이 이뤄졌다. 대원들이 이용하는 샤워실에 위험한 전기선이 늘어진 일이 벌어진 것도 그런 이유일 것이다. 잼버리 메인 센터인 글로벌청소년리더센터도 마찬가지다. 준공이 되지 않아 미완성인 채로 ‘준공 전 사용 허가’만 받아 의료시설과 운용본부로 이용했다. 기본적인 이용공간의 준공시점을 개막 이후로 설정해 계약했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

더욱 기가 찬 것은 수백억원 들인 새만금 시설을 철거하는 데 또 50억원이 든다는 사실이다. 애초 지반을 다지고 이후 시설 이용과 부지 활용에 대한 계획조차 없었던 탓이다. 국민혈세가 줄줄이 새고 있는 것이다. 공동위원장이 5명이나 됐지만 이런 문제를 챙긴 이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감사원이 이르면 이번주 감사에 착수한다고 한다. 애초 안정화된 매립지를 두고 부적합 곳을 부지로 선정한 이유부터 예산 집행 과정과 조직위 운영 등 살펴봐야 할 것들이 적지 않다. 차후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