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여 만에 중국인의 한국행 단체 관광이 전면 허용되면서 중국인 관광객(유커·遊客)이 한국에 속속 입국하고 있다. 14일 오전 서울의 한 면세점 앞에 중국어 안내문이 놓여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벼리·신주희 기자] 중국인의 한국 단체관광이 6년 5개월 만에 허용되면서 유통가는 중국인 관광객(유커·游客) 모시기 준비에 분주하다. 특히 9월 말 시작되는 중국 황금연휴에 관광객이 몰릴 것으로 예측하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면세점과 백화점을 비롯해 유통업체들은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대비한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일찌감치 관광 재개에 대비해온 면세점들은 두 팔 벌려 환영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중국 주요 도시에서 로드쇼 행사를 여는 등 현지 마케팅을 강화하고 면세점 쇼핑코스를 포함한 방한 관광 패키지를 제작할 계획이다. 국내에선 인바운드 여행사와 우호적 관계를 맺어 중국 고객 유치 채널을 확대하고 알리페이, 유니온페이 등 간편결제 시스템과 연계한 할인·프로모션을 준비하고 있다.
신라면세점도 중국인 고객 선호 브랜드·상품을 확대하고 통역 전담 인력과 각종 홍보물, 쇼핑 편의 등을 점검할 계획이다. 택시비 지원, 중국인 전용 프로모션 등 다양한 행사도 준비 중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중국인 단체관광객 수요에 대비해 올해 초부터 서비스와 마케팅을 준비해왔다. 화장품 패션 부문 MD(상품 기획자)를 개편하고 위챗 등 중국 SNS(사회관계망서비스)와 중국 최대 여행 리뷰 사이트 마펑워 등을 통해 자사를 홍보해왔다.
업계 관계자는 “단체관광 허용으로 인한 매출 활성화까지는 여행사의 상품 개발과 모객 등으로 2~3개월 정도 시일이 걸릴 것”이라며 “내년에는 중국인 단체관광객이 2019년 수준으로 돌아올 것으로 전망하고 그동안 꾸준히 준비할 것”이라고 했다.
백화점들도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쓰는 결제수단과 연계해 즉시 할인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신세계백화점도 알리페이·위챗페이·유니온페이 관련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각 간편결제로 일정 금액 이상 결제하면 일부를 할인해주고, 에누리쿠폰과 패션·화장품 관련 할인 상품권을 제공하는 식이다.
특히 백화점들은 중국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 전체를 대상으로 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백화점 전체 매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증가세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올해 7월까지 전체 외국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4.6배(362.7%) 늘었다. 강남점과 센텀시티점만 보면 각각 460%, 465% 증가했다. 5배가 넘는 증가율이다.
롯데백화점은 5월 중순 외국인 전용 홈페이지를 새로 열었다. 주요 점포별 맛집 추천 등 외국인 관광객들을 위한 콘텐츠를 제공 중이다. 본점에서도 푸드코트 메뉴에 외국어 주문 리스트 적용하고 무인 환전 키오스크를 늘리고 있다. 외국인 대상 콘텐츠도 확대 중이다. 이달부터 본점을 시작으로 ‘K-뷰티 투어’ 서비스도 운영한다.
신세계백화점도 5월 본점 지하 1층에 있던 외국인 전용 데스크를 신관 2층으로 옮기며 면적도 기존 4~5평에서 30평으로 넓혔다. 외국인 데스크와 텍스리펀(세금 환급) 데스크를 각각 2석에서 3석으로 확대했다. 외국인 고객 대기의자 17석도 마련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을 비롯한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관광객들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 밖에 롯데하이마트도 14일부터 전국 360여개 오프라인 전 매장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부가세 즉시 환급 서비스’를 시행한다. 구매 현장에서 여권만 제시하면 바로 부가세를 차감한 금액으로 결제하고 물품을 구매할 수 있다.
2017년 3월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중국 당국이 단체 비자 발급에 제동을 건 지 6년 5개월 만에 단체 관광이 허용되면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몰려들 전망이다. 실제로 제주에서는 허용 하루 만에 53척의 중국발(發) 크루즈선이 항구에 들르겠다고 예고했다. 중국 여행사들도 한국행 패키지 상품을 속속 내놓을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중추절과 국경절 황금연휴(9월 29일∼10월 6일) 전후로 대규모 중국 단체 관광객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가가 중국인 단체 관광 허용에 반색하는 것은 그만큼 중국인들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인의 객단가(고객 1인당 매출)는 평균 80만원에 달한다. 동남아 관광객 객단가보다 4배 많은 수준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방한 중국인 관광객은 54만6000명으로 2019년 상반기(280만2000명)의 19.5%에 그쳤다. 2016년 800만명에 달했던 중국인 관광객 수는 사드 배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잇단 변수 때문에 줄곧 하락세였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사후면세점 환급의 최소 기준금액을 1만5000원으로 낮춘 내용의 세법 개정안에 더해 이번 중국 단체여행 금지 조치 해제로 앞으로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며 “‘물 들어올 때 노 젓자’는 마음으로 철저히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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