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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 설]태풍 비상, 당한 데 또 당하는 일 없도록 선제 대응해야

6호 태풍 ‘카눈’의 기세가 만만치 않다. 기차를 탈선시킬 정도의 위력으로 한반도 관통이 예상된다. 전국 어디에도 안전지대는 없다. 주변 고기압의 영향으로 방향이 서쪽으로 치우칠 수는 있지만 서울과 수도권 등 전국이 영향권에 들기는 매한가지다. 극한 호우로 수십명의 사망자를 낸 지 얼마 되지 않은데 또 기상 재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빈틈없는 대비로 피해를 최소화하고 안전의 기본이 지켜지지 않아 발생하는 인재(人災)만은 막아야 한다.

카눈은 중심기압 970헥토파스칼(hPa), 최대 풍속 초속 35m로 지난해 9월 큰 피해를 안긴 힌남노급이다. 강한 바람과 비를 동반하면서 이동 속도는 사람이 천천히 달리는 수준이다. 하루 종일 전국을 훑으며 느리게 움직이는 만큼 더 큰 피해가 일어날 수 있다. 카눈이 지나간 일본 오키나와현에서는 나무가 뿌리째 뽑히고 조각상이 맥없이 쓰러졌다고 하니 위력을 짐작할 만하다.

카눈은 10일 새벽 서귀포 동쪽 170km 부근까지 접근한 뒤 오전 9시쯤 경남 통영 부근으로 올라와 저녁에는 서울과 수도권을 거쳐 북상해 빠져나가게 된다. 문제는 장기간 지속된 장맛비로 산사태 급경사지 등 사면 붕괴 우려가 크고 지반이 약해진 지역이 많다는 점이다. 피해 복구가 안된 지역도 적지 않다. 취약지역이나 위험지역에 대한 예찰을 강화하고 선제적으로 접근 통제가 꼭 필요하다.

무엇보다 이번만큼은 사전 예방이 가능한데도 안일하게 넘겨 참사로 이어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지하차도와 하천변 산책로, 등산로 등의 접근을 막고 침수 우려가 높은 반지하세대와 아파트 지하주차장의 물막이판 설치로 지난 번과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 새벽에 비상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만큼 위험지역 거주민에 대한 사전 대피 매뉴얼을 가동하고, 휴가철 해안가 야영객 안전도 강화해야 한다. 안전조치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 새만금 야영장을 떠나 전국에 산재해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참가자들의 안전도 세심하게 신경써야 한다.

현재 7호 태풍 ‘란’도 도쿄 먼바다에서 발생해 몸집을 키우고 있는 등 기상 변수에 한시도 마음 놓기 힘든 상황이다. 최근 기상 환경은 예상을 벗어나는 경우가 흔하다. 점점 세지고 변칙적이어서 대비도 쉽지 않다. 카눈만 해도 예상 경로를 벗어나 갈지자 행보를 하며 한반도로 방향을 틀었다. 급변하는 기상 환경에 맞춘 재난 지침을 새롭게 손보고 상시 안전 대비 체제를 갖추는 게 급선무다. 상황별로 대처하려면 이미 늦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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