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부안 새만금 벌판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서 온열환자가 속출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개막 사흘 만에 온열질환자와 벌레물림 등 1000여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유례 없는 폭염과 높은 습도로 체감온도가 40도에 달하는데 그늘 하나 없는 곳에서 4만3000여명의 청소년이 생활하다 보니 무슨 일이라도 벌어지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다. 마침내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스카우트 학생들이 잠시라도 시원하게 쉴 수 있는 냉방 대형 버스와 찬 생수를 공급할 수 있는 냉장·냉동 탑차를 무제한 공급하고, 학생들에게 공급되는 식사의 질과 양을 즉시 개선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정부와 여당도 긴급대책회의를 통해 필요한 조치가 즉시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했다. 발 빠른 대처가 우선이다.
세계적인 폭염이라는 악재가 작용했지만 ‘새만금 잼버리’의 열악한 환경은 예상됐던 문제들이다. 8월 초는 폭염이 절정에 달하는 시기에다 간척지 특성상 습도가 높고 직전 폭우로 물이 빠지지 않아 질척거려 텐트치기도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그만큼 더 철저히 준비해야 했지만 조직위는 안일하게 보아 넘겼다. 그 결과, 시설 미비와 운영 미숙이 그대로 드러났다. 기본적인 위생시설인 샤워실과 화장실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제대로 관리도 되지 않아 고통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실신 환자들이 많다 보니 응급시설 베드 부족으로 복도에서 링거를 맞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음식 부족과 곰팡이 달걀까지, 후진적인 대회 운영으로 국제적 망신을 당할 판이다. 이런데도 조직위는 ‘극한 상황을 이겨내는’ 스카우트정신을 내세우며 대수롭지 않다는 태도다. 개영식에서 소방당국이 대원들의 건강과 안전을 이유로 행사 중단을 요청했지만 무시했다고 한다.
159개국에서 온 세계 청소년들이 우애를 다지고 문화교류를 통해 이해의 장을 넓히는 ‘유쾌한 잔치’인 잼버리가 생존게임으로 전락할 판이다. 고통을 호소하는 대원들의 글이 SNS로 퍼지자 각국 정부 외교관까지 안전조치를 요구하고 나서 자칫 외교 문제로까지 번질 수 있는 사안이다.
새만금 잼버리는 우수한 한국 문화와 자연환경을 세계에 알린다는 의도로 유치했다. 1991년 고성에서 개최한 경험도 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열린 이번 대회에는 역대 가장 많은 인원이 참가해 한국 문화를 알릴 좋은 기회이지만 되레 한류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우려가 크다. 잼버리가 12일까지 진행되는 만큼 지금부터라도 대원들이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는 안전하고 창의적인 대회가 되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시원한 실내에서 프로그램의 일정 부분을 진행하는 플랜B도 검토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