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 롯데월드몰에 있는 노티드 월드 매장에 손님들이 줄을 서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런던베이글뮤지엄, 노티드도넛, 블루보틀, 고든램지버거….
백화점들에 최근 유행하는 F&B(식음료) 브랜드가 연이어 입점하고 있다. 핵심 잠재소비층인 MZ세대를 백화점으로 유인해 긍정적인 인상을 심으려는 전략이다. 특히 식음료 매장을 단순히 먹고 마시는 곳이 아닌 체험형 공간으로 꾸며 ‘백화점은 즐길 거리가 많은 곳’이라는 이미지를 쌓고 있다.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지하 1층에 연 프리미엄 다이닝 홀 ‘가스트로 테이블’ [현대백화점 제공] |
1일 업계에 따르면 백화점들은 매장 내 F&B 공간을 리뉴얼하거나 기존 점포를 없애고 유행하는 브랜드를 새로 들여오고 있다. 그 결과 백화점 업체들의 F&B 매출은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들어 노티드월드, 블루보틀 등이 입점한 롯데백화점은 1월부터 7월까지 F&B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 올랐다. 지난해 전체 매출도 2021년과 비교해 30% 이상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도 올 7월 누적 F&B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6% 증가했고, 지난해 매출도 전년보다 29.6% 신장했다. 현대백화점 또한 각각 16.3%, 18.3%씩 올랐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8월 본점 지하 1층의 델리코너를 전면 재개장하고 오제제, 땀땀, 돈이찌 등을 선보였다. 이후 1년간 본점 델리코너의 매출은 70% 늘었다. 잠실 롯데월드몰에서도 지하 1층 디저트 팝업 전용 공간인 ‘디저트 플랫폼’을 운영 중이다.이곳에서는 이달과 다음달 각각 ‘런베뮤’로 불리는 런던베이글뮤지엄과 스페설티 커피 브랜드 블루보틀이 문을 연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지난달 경기점을 재개장하면서 500평 규모의 테이스티가든에 새로운 식음료 브랜드를 대거 들여왔다. 미국식 샌드위치 전문점 렌위치와 앤티크커피를 비롯해 퓨전식당 초이다이닝, 소이연남, 연남토마 등이 입점했다. 강남점 지하 1층 식품코너에서도 허니비 서울, 푸루푸루푸딩, 브레드풀 등 유명 디저트 가게를 모아 디저트 팝업을 진행했다. 앞서 6월에는 부산 센텀시티점에 고든램지버거가 입점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달 압구정본점 지하 1층 식품관을 재단장해 프리미엄 다이닝 홀 ‘가스트로 테이블(Gastro Table)’을 열었다. 미식 브랜드 우화함, 마키 산다이, 샤브카덴, 슈슈차이, 가지가지 등 총 28개 매장으로 구성했다. 앞서 3월에는 목동점 지하 2층 공간을 재개장하면서 연남동 태국음식집 쌉(SSAP), 튀르키예식 카페 논탄토 등 ‘힙’한 F&B 브랜드를 선보였다.
잠실 롯데월드몰 지하 1층에 연 ‘로라로라X빅토리아 베이커리’ 팝업에서 손님이 컬래버 상품을 구경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
특히 백화점은 단순히 유명한 식음료 브랜드를 들여오는 것에서 더 나아가 F&B 매장을 체험형 공간으로 구성하고 있다. 게임이나 패션과 이색 협업으로 다양한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최근 롯데백화점이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선보인, 노티드 월드와 MMORPG(대규모 멀티플레이어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 게임 로스트아크의 협업이 대표적이다. 게임 마스코트인 모코코의 노티드 월드 모험을 테마로 약 100평 규모의 6층 전체를 전시공간으로 꾸몄다. 특별 도넛 제품뿐만 아니라 컴퓨터·모바일용 굿즈도 선보였다. 개장 전날 밤부터 1000명이 넘는 고객이 줄을 섰고, 그 다음날에도 약 300명의 고객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롯데월드몰 지하 1층에는 패션과 디저트의 협업 공간을 선보였다. 영클래식 패션 브랜드 로라로라가 빅토리아 베이커리와 함께 ‘레이지 선데이 피크닉(Lazy Sunday Picnic)’을 테마로 여러 상품을 선보였다. 빅토리아 베이커리 매장을 콘셉트로 한 인테리어에 패션 상품, 테이블 웨어와 앞치마 등을 함께 판매했다.
현대백화점도 11월 압구정본점 지하 가스트로 테이블 옆에 ‘뉴트럴존’과 ‘하이엔드 리빙존’을 추가로 열 계획이다. 특히 하이엔드 리빙존에는 여러 식품들과 어울리는 가전, 가구 등 리빙(생활) 상품을 선보인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디저트 팝업에서 모델들이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제공] |
이처럼 백화점들이 F&B 사업을 강화하고 이색 협업을 선보이며 고객을 유치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고물가 시대에 백화점을 찾는 소비자가 줄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발표한 ‘3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에서 백화점업계의 지수는 79였다. RBSI란 유통기업들이 예측하는 경기로, 100 이상이면 ‘다음 분기의 소매유통업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많다’는 의미다. 백화점은 유통채널 중 유일하게 전 분기에 비해 하락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을 봐도 상황은 비슷하다. 백화점의 경우 매출 증감률은 올해 4월 2.5% 이후 5월 -0.2%, 6월 0.3%로 수준이다. 구매건수 증감률도 올해 ▷4월 2.8% ▷5월 -0.1% ▷6월 0.2%로 정체 상태다.
아울러 체험형 소비를 즐기는 MZ세대가 나중에 구매력을 키워 주요 고객이 되기 전 미리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으려는 전략도 있다. 한 백화점 업체 관계자는 “사실 팝업이나 F&B가 백화점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라면서도 “당장의 이익보다는 지금 백화점을 찾는 젊은층들이 나중에 소비력이 늘어났을 때를 대비하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투자로 봐야 된다”고 설명했다.
kimsta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