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찾은 전북 부안군 아리울떡공방에서 갓 생산된 꿀떡이 포장되고 있다. 신주희 기자

[헤럴드경제(부안)=신주희 기자] 국내 쌀 소비량이 내리막길을 걸으며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는 가운데 쌀 가공식품인 ‘떡’이 해결책으로 떠올랐다.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 입맛’으로 떡을 찾는 20·30대 소비자가 늘었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대형마트인 홈플러스가 중소 협력사와 손잡고 소포장·굳지 않는 냉동떡 개발에 나섰다. 결국 홈플러스와 협력사는 굳지 않는 냉동떡 개발을 통해 높은 매출은 물론 상생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25일 오후 찾은 전북 부안군 아리울떡공방. 반도체공장을 방불케 할 만큼 완전 무장한 작업자가 바삐 움직였다. 불린 쌀을 고운 가루로 만드는 단계부터 시작해 철제 시루에 쪄내는 증숙 과정과 찐 쌀가루를 펀칭(반죽)하는 과정을 거치면 윤기 나는 떡 반죽이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반죽을 기계에 넣자 잘 빚은 떡이 완성된다. 갓 나온 분홍빛의 꿀떡은 레일을 따라 알사탕처럼 2개씩 낱개로 포장되고 있었다. 하나씩 꺼내 먹기 편하도록 소포장 떡을 개발한 것이다.

25일 오후 찾은 전북 부안군 아리울떡공방에서 작업자가 성형한 떡을 트레이에 담고 있다. 신주희 기자

아리울의 굳지 않는 떡의 비결은 증숙·반죽(펀칭)·급랭, 세 가지 공정에 있다. 다른 떡에 비해 오랜 시간 떡을 찌고, 반죽할 때 소량의 밀가루(0.4%)를 첨가해 떡의 탄력을 살렸다. 완성된 제품은 영하 40도 이하로 급속 냉동한다. 이렇게 하면 전자레인지에 데우는 등 별도의 조리 과정이 없어도 30분 정도 실온에 해동하면 쫀득한 떡을 맛볼 수 있다.

실제 맛을 본 ‘아리울떡’은 해동해도 쫀득한 식감을 유지하고 있었다. 냉동 과정을 거치지 않고 갓 만든 떡은 이보다 식감이 질었다. 냉동떡을 기준으로 식감을 구현했기 때문이다.

‘굳지 않는 떡’으로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맘카페 등에서 입소문을 타자 생산량도 급증했다. 연간 떡 생산량은 150만t. 하루에 소비하는 쌀만 해도 약 3~3.5t에 달한다. 모든 제품은 부안군에서 생산하는 멥쌀과 천일염 등 100% 국내산 원재료를 사용했다.

[홈플러스 제공]

MZ세대 입맛에 맞춘 전략으로 아리울떡공방은 지난해에만 매출 150억원을 기록했다. 2018년 사업을 시작한 지 4년 만의 성과다. 최근에는 주문량이 폭주하면서 직원도 40명 안팎에서 65명까지 늘렸다. 해외에서 팔아 달라는 고객들의 문의도 늘고 있다.

홈플러스에서 출시한 떡 6종은 석 주 만에 매출 2억원을 돌파하는 신기록을 쓰는 등 출시 5개월 만에 매출이 무려 10억원을 돌파했다. 덕분에 올해 1~6월 홈플러스의 냉동떡 카테고리 매출은 519%까지 신장했다.

특히 아리울떡은 온라인에서 20·30대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았다. 아리울떡 6종 전체 매출을 연령별로 보면 20~30대가 27%를 차지했다. 가장 인기 있는 제품은 ‘모듬꿀떡’(30%)이었다.

홈플러스에서 판매하는 아리울떡공방 제품 6종. [홈플러스 제공]

윤준식 아리울떡공방 부대표는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떡은 왜 시간이 지나면 굳을까’ 하는 호기심에서 지금의 아리울떡공방이 탄생하게 됐다”며 “홈플러스와 협력을 계기로 오프라인 점포를 열거나 수출을 모색하는 등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영재 홈플러스 낙농·냉동팀 바이어도 “할매니얼 트렌드 인기와 가벼운 식사대용식을 찾는 젊은 고객의 소비트렌드를 반영한 제품 기획을 고민하다 한국의 주식인 쌀로 만든 ‘떡’에 주목하게 됐다”며 “적합한 협력 업체를 찾기 위해 미팅을 진행하던 중 ‘굳지 않는 떡’이라는 키워드가 인상적이었던 아리울떡공방과 인연을 맺게 됐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