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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킬러 규제’ 언급에도 의무휴업 폐지 제자리걸음, 왜? [언박싱]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현실은… ②

2012년 전통시장과 대형마트의 상생을 목적으로 도입된 ‘대형마트 의무휴업’. 이후 11년 동안 온라인 쇼핑시장이 급성장하는 등 유통 생태계가 변화했고, 제도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뒤따랐다. 지난해 8월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도가 국무조정실 규제심판회의 안건으로 선정되면서 변화의 바람이 부나 했지만, 이후 1년간 사실상 답보 상태를 이어왔다. 최근 정부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킬러 규제’로 꼽으며 재차 메스를 집어 들었다. 이번에는 의무휴업제도가 어떤 운명을 맞을지 주목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이던 지난해 1월 서울 동작구 이마트 이수점을 찾아 물품 구매를 위해 둘러보고 있다. [국민의힘 제공]

[헤럴드경제=신주희·김벼리 기자] 지난해 12월 정부가 ‘대형마트 규제 개선안’을 발표하면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논의가 급물살을 탔다. 대형마트 규제 개선안은 윤석열 대통령의 ‘규제 심판 1호’로, 취임 초기부터 업계와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던 사안이다.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 비영업시간에도 온라인 배송 등을 허용하는 대신 대형마트는 전통시장·중소유통업체에 시설·장비 개선과 노하우를 전수하는 게 골자다.

그러나 개선안 발표 후 7개월이 지났음에도 논의는 제자리걸음이다. 2월 대구, 5월 충북 청주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한 것에 그쳤다.

이달 윤 대통령이 다시금 ‘킬러규제’를 언급, 국무조정실도 나서 ‘킬러규제 혁신 태스크포스(TF)’ 2차 회의를 열었지만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는 지방자치단체가 나서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전환을 시행하려면 최소 1~2년의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2012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월 2회 공휴일에 문을 닫아야 하며 밤 12시부터 오전 10시까지는 영업할 수 없다. 의무휴무일을 평일로 전환하려면 지자체별로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 특별자치시장·시장·군수·구청장이 이해당사자와 합의를 거쳐 공휴일이 아닌 날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할 수 있다.

체인스토어협회 관계자는 “대구시와 충북 청주시 외에 다른 지자체에서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하려는 논의는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두 곳의 경우 약 2년 전부터 지자체가 나서서 지역 소상공인과 공감대를 맞춰 가능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른 지자체들은 이러한 교감이 부족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른 지자체에서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대구시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전환 역시 소상공인, 지역 대형마트 그리고 지자체가 2021년부터 물밑 협의를 이어왔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지역 소상공인이 먼저 대형마트 규제 완화를 주장했다는 점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전환을 추진하는 데에 주효했다. 대구지역 전통시장 소상공인들은 대형마트 주말 의무휴업일에 유동인구 감소를 이유로 평일 전환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가 4월 유통물류 관련 4개 학회 전문가 1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유통규제 10년, 전문가 의견 조사’ 결과에 따르면 76.9%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규제에 따른 전통시장 활성화 효과는 없다고 답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도입 이후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모두 점유율이 감소한 탓이다. 전통시장의 유통 점유율은 지난 2013년 14.3%에서 2020년 9.5%로 하락했다. 대형마트 점유율도 2015년 21.7%에서 2020년 12.8%로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 58.3%는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로 혜택을 얻는 곳으로 온라인쇼핑을 꼽았다. 이어 ▷식자재마트·중규모 슈퍼마켓(30.6%) ▷편의점(4.6%) ▷수혜업종 없음(6.5%)이란 답변이 나왔다.

대형 유통업체 역시 답답한 상황이다. 올해 초만 해도 대구를 시작으로 전국 대형마트 의무휴업 평일 전환을 기대했으나 적극적으로 나서는 지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25일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업계가 먼저 의무휴업일 변경 얘기를 꺼냈다가는 오해받을 수 있어 다들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라며 “지자체별로 조례를 개정하는 대신 법이 개정돼야 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결국에는 지자체별 조례 재정보다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에 주안을 둬야 한다는 게 유통업계와 전문가의 진단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e-커머스가 새로운 경쟁자로 떠오른 만큼 현 상황을 반영한 개정안이 필요하다”며 “지자체 조례 개정보다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과 함께 소상공인을 지원할 수 있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joohee@heraldcorp.com
kimsta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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