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과 CJ그룹 간 갈등이 확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각사 제공] |
[헤럴드경제=이정아·신주희 기자] “올리브영이 쿠팡을 경쟁 상대로 보고 쿠팡의 뷰티 시장 진출과 성장을 방해하고자 중소 뷰티업체들의 쿠팡 납품을 막았다.” (쿠팡 측)
“올리브영은 쿠팡을 포함해 어떠한 유통 채널에도 협력사의 입점을 제한한 사실이 없다.” (CJ올리브영 측)
쿠팡과 CJ그룹 간 확전이 불가피해졌다. 쿠팡이 CJ제일제당에 이어 CJ올리브영과도 정면으로 맞부딪치면서다. 쿠팡은 대규모 유통업법 위반으로 CJ올리브영을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헬스앤뷰티(H&B)업계 국내 1위인 CJ올리브영이 중소 뷰티업체의 쿠팡 입점을 방해했다는 주장이다.
쿠팡은 CJ제일제당과도 납품가를 둘러싼 ‘갑질’ 공방으로,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8개월째 즉석밥 등 일부 CJ제일제당 제품을 판매하지 않고 있다. 이에 CJ제일제당은 이마트·SSG닷컴·G마켓, 신세계그룹 유통 3사와 파트너십을 강화하며 ‘반(反)쿠팡 전선’을 형성해왔다.
올리브영 매장 [CJ올리브영 제공] |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이날 올리브영이 2019년부터 쿠팡에 제품을 납품하려는 뷰티업체에게 납품을 금지하거나 거래 불이익을 지속적으로 줬다는 이유로 공정위에 신고했다. 하나씩 뜯어보면, 이는 공정위 조사를 받고 있는 CJ올리브영의 경쟁사가 백화점, 편의점, 마트 등 오프라인 사업자만이 아니라, 온라인 유통 플랫폼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쿠팡의 속내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쿠팡은 “납품업자로부터 경쟁력 있는 화장품 공급에 방해를 받는 등 갑질로 인해 사업에 막대한 지장과 피해를 초래해 신고하게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올리브영이 취급하는 전체 상품의 약 80%는 중소 납품업체들인데, 올리브영의 이 같은 행위는 거래의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거래를 강요하고 다른 사업자와 거래를 방해하는 ‘배타적 거래 행위’로 대규모 유통업법 위반 소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쿠팡은 최근 ‘로켓럭셔리’ 전용관을 오픈하고 중소기업 제품을 중심으로 뷰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쿠팡 제공] |
대규모 유통업법 13조에 따르면, 유통업체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납품업자가 다른 유통업체와 거래하는 것을 방해하는 등 배타적 거래 강요를 금지하고 있다. 그런데 쿠팡에 따르면 한 중소 뷰티 기업 A사는 쿠팡에 납품 계획을 올리브영에 알리자, 올리브영 측은 A사의 인기 제품을 쿠팡에 납품할 수 없는 ‘금지 제품군’으로 지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A사는 쿠팡에 납품을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CJ올리브영은 국내 H&B시장의 71.3%(올해 1분기 기준)을 차지한 사실상 독점기업이다. GS리테일이 운영한 랄라블라는 올리브영의 독주 속에 실적 부진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해 11월 H&B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했고, 롯데쇼핑이 전개한 롭스도 100여 개에 이르던 가두점을 모두 정리하고 현재는 롯데마트 내에 ‘숍인숍’ 형태의 12개 매장만 운영 중이다.
CJ올리브영은 쿠팡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반박했다. CJ올리브영 관계자는 “올리브영은 쿠팡을 포함해 다른 유통 채널에 협력사의 입점을 제한한 사실이 없다”며 “(쿠팡의)신고 내용을 확인하는 대로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공정거래위원회 [연합] |
앞서 공정위는 2월 말 올리브영이 랄라블라, 롭스 등 H&B 경쟁업체에 대한 납품을 방해한 혐의로 검찰의 공소장격인 심사보고서를 올리브영 측에 발송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 심사관은 CJ올리브영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취지로 심사보고서를 상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올해 하반기 심의에서 CJ올리브영의 법 위반 여부와 제재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매장 1316개를 거느리고 있는 CJ올리브영은 앞서 2018년 온라인몰에서 주문받은 제품을 최장 3시간 안에 고객에게 배송하는 ‘오늘드림’ 서비스를 출시한 이래, 오프라인에 이어 온라인 판매 영역까지 꾸준히 시장을 확장해왔다. 올리브영의 전체 회원 1114만명 중 MZ세대만 700만명이 넘는다. 쿠팡은 최근 럭셔리 뷰티 브랜드 전용관 ‘로켓럭셔리’를 오픈하고 중소기업 제품을 중심으로 판매 상품 가짓수를 확대하며 뷰티 사업을 강화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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