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전 7시께 ‘2023 롯데 아쿠아슬론’ 대회 참가자들이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 뛰어들고 있다. 신주희 기자 |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물맛 좋던데요? 비가 와서 걱정했는데 작년보다 물이 더 깨끗해진 것 같아요.”
16일 오전 7시께 “파이팅”이라는 함성과 함께 3열로 선 800명의 사람들이 줄지어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로 뛰어 들었다. 출발 선두는 철인3종 국가대표 꿈나무 중등부 선수들로, 참가자들은 망설임 없이 5m 수심의 호수로 몸을 내던졌다. 철인3종 동호회 참가자들도 석촌 호수로 입수했다.
중등부 선두 참가자가 석촌 호수 750m를 도는데 걸리는 단 10분. 호수 밖으로 나온 참가자들은 관람객들의 함성과 함께 롯데월드타워 123층을 오르기 위해 달려갔다.
롯데월드타워는 이날 오전 6시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서 이색 스포츠대회 ‘2023 롯데 아쿠아슬론’ 대회를 개최했다. 코스는 철인 3종으로 알려진 트라이애슬론에서 사이클을 제외한 두 종목으로 구성됐다. 이날 코스는 석촌호수를 두 바퀴 도는 총 1.5㎞ 수영, 곧이어 롯데월드타워 123층·2917개 계단을 오르는 수직 마라톤으로 진행됐다. 중등부 참가자는 석촌호수 한 바퀴를 돈 뒤 수직 마라톤을 완주하는 코스로 진행됐다.
이번 경기는 철인 동호회 또는 수영 동호회 회원만 참가 가능했다. 모집 인원은 800명으로 420명이 참가한 작년보다 약 두 배 늘었다.
20분 정도 지나자 1.5㎞ 수영 코스를 완주한 선두 그룹이 지상으로 올라왔다. 참가자들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옷을 갈아입고 롯데월드타워로 질주했다.
16일 오전 열린 ‘2023 롯데 아쿠아슬론’ 대회 참가자들이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로 뛰어들고 있다. [롯데물산 제공] |
피니시 라인을 가장 먼저 넘은 사람은 권민호(23) 씨였다. 권씨는 수영과 수직 마라톤 코스를 42분 35초에 완주했다. 경북 경주에서 왔다는 권씨는 “처음 뛰는 경기여서 완주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이 됐지만, 끈기로 끝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릴 때부터 수영 선수 생활을 해 아무래도 수영 코스가 수월했다”며 “수직마라톤 코스에서 10층마다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할 수 있다’고 계속 최면을 걸었다”고 담담히 말했다. 여자부 1등은 김혜랑 씨로 49분 27초로 피니시 라인을 넘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경기에 참가한 부부 철인3종 선수인 두준호(42) 씨와 유진영(35) 씨는 “‘철인 대회’가 대부분 지방에서 개최되는데 이렇게 도심에서 대회에 참가할 수 있어서 너무 감사했다”라며 “앞으로 아이들과도 경기에 참가할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어 “비가 와서 걱정했는데 작년보다 수질이 더 좋아졌다”며 “물맛도 좋고, 앞사람이 보일 정도로 맑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최고령 참가자는 만 72세 곽인수 씨로 1시간 39분 만에 코스를 완주했다. 곽씨는 “대회에 나가기 위해 하루에 5~10㎞ 뛰고 일주일에 5㎞씩 수영 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예전에 석촌호수를 자주 왔는데 냄새도 나고 지저분해 수영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못했다”며 “지금 이 상태라면 언제든지 석촌호수에 수영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16일 개최된 ‘2023 롯데 아쿠아슬론’ 대회 남녀 1위 우승자가 시상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롯데물산 제공] |
롯데그룹은 이번 대회 개최를 위해 송파구청과 함께 2021년 8월부터 석촌호수 수질 개선을 위해 힘쓰고 있다. 꾸준한 노력 끝에 석촌호수 투명도가 0.6m에서 최대 2m까지 증가했고, 수질도 3급수에서 2급수 이상까지 개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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