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의 ‘오리지날 첼시 레인부츠’ [독자 제공] |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정목희 수습기자] #1. 경기 부천에 거주하는 직장인 홍모(28) 씨는 주말이었던 25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서울로 오픈런을 뛰었다. 본격적인 장마 소식에 헌터의 레인부츠를 구매하기 위해서였다. 홍씨는 “락피쉬웨더웨어의 롱부츠가 있지만 숏부츠를 또 구매했다”며 “오프라인 매장에서도 신상품은 거의 재고가 없어서 ‘기본템’으로 겨우 살 수 있었다”고 말했다.
#2. “긴 레인부츠는 16만9000원이고, 짧은 건 14만9000원입니다. 무릎 아래까지 오는 건 다 팔려서 없어요”. 장마 소식을 듣고 22일 찾은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신발 매장. 레인부츠에 대한 수요를 묻자, 직원은 이같이 설명했다.
장마 소식에 ‘레인부츠’가 패션 아이템으로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인기 장화 브랜드의 제품은 20만원에 달하는 가격에도 품절 대란이 났을 정도다.
LF가 수입·판매하는 바버의 ‘윌튼 웰링턴 부츠’ [LF 제공] |
29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LF가 수입·판매하는 영국 브랜드 바버(Barbour)의 ‘윌튼 웰링턴 부츠’는 모두 품절됐다. LF는 급증하는 고객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다음주 중 재입고 물량을 선보일 예정이다.
역시 LF가 수입·판매하는 핏플랍(FITFLOP)의 레인부츠도 올해부터 SS(봄·여름) 시즌 제품을 선보이자마자, 대표 레인부츠 모델인 ‘원더웰리’가 대부분 품절됐다. 예상 판매량 대비 350%나 빠른 속도다. 이러한 레인부츠 열풍에 최근 키즈 레인부츠도 출시됐다.
영국의 레인부츠 브랜드 ‘헌터’의 공식 홈페이지에서 판매하고 있는 인기 제품 대부분이 품절 상태다. 베스트셀러인 여성 오리지날 라인은 62개 상품 중 54종이 품절됐다.
중고거래 플랫폼이 당근마켓에서도 헌터 레인부츠 장화가 에누리 없이 팔리고 있다. 대부분 10만원대로, 원가와 큰 차이 없는 가격이다.
헌터는 160년 전통을 지닌 영국 레인부츠 회사로, 최근 파산 위기를 맞았지만 역설적이게도 우리나라에서는 품절 대란을 맞았다. 헌터는 영국 왕실 워런티를 획득하면서 고(故) 다이애나비 등을 비롯한 유명 셀럽이 착용하면서 입소문을 탔다.
명성을 유지하던 헌터는 2019년부터 휘청이기 시작했다. 영국이 유럽연합(EU)을 탈퇴하며 브렉시트로 인한 공급망에 차질이 생긴 데다가 이상 고온으로 북미 지역에 건조한 날씨가 이어지며 장화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반면 국내에서 헌터는 지난해 기록적인 폭우와 함께 올해는 ‘장마 괴담’이 돌면서 장마 필수템이 됐다.
직장인 박모(30) 씨는 “지난번에 헌터 장화를 사고 장마는 ‘장비빨’이라는 판단이 들어 당근마켓에서 헌터 샌들까지 구매했다”고 말했다.
패션 플랫폼 지그재그에 따르면 장마 예보가 잇달아 나왔던 25~26일 레인부츠 거래액이 일주일 전(18~19일) 대비 7배(679%)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레인코트 거래액도 4배가량(358%) 뛰었다.
장마에 급히 대비하려는 수요가 빠른 배송 서비스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같은 기간 지그재그가 운영하는 빠른 배송 서비스 ‘직진배송’ 전용관 내에 레인부츠 거래액은 일주일 전보다 2배 이상(123%) 증가했다.
jooh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