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 서울캠퍼스 내 ‘로봇 스테이션’. 자율주행 배송 로봇 ‘뉴비’ 두 대가 서 있다. 김벼리 기자 |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이거 누가 조종하는 거예요?”
22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 서울캠퍼스. 대학 견학을 하던 중학생들이 AI(인공지능)를 활용한 자율주행 배송 로봇 ‘뉴비’를 둘러싸고는 관심을 드러냈다. 편의점 제품을 배달 중이던 뉴비는 내장된 카메라를 통해 앞에 나타난 사람들을 인식하고 속도를 낮췄다. 학생들이 틈을 내어주자 뉴비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뉴비는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스타트업 ‘뉴빌리티’가 함께 시범 운영 중인 자율주행 배송 로봇이다. 양사는 산업통상자원부 한국로봇산업진흥원이 주관하는 ‘수요맞춤형 서비스로봇 개발·보급 사업’에 참여해 ‘자율주행 로봇배달 서비스 3차 실증 테스트’를 하고 있다. 10월까지 건국대 서울캠퍼스와 서울 서초구 방배1동 일대에서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자율주행 배송 로봇 ‘뉴비’가 사람들을 피해 움직이고 있다. 김벼리 기자 |
이날 건국대 서울캠퍼스 공학관 앞 ‘로봇 스테이션’을 찾아 뉴비의 배송 과정을 따라가 봤다. 로봇 스테이션은 일종의 뉴비를 위한 ‘주차 공간’이다. 아직은 시범 운영 단계라 철골 뼈대 정도가 전부지만, 상용화 단계가 되면 무선충전 시스템 등을 도입할 계획이다.
주문자가 카카오톡 ‘뉴비오더 건국대캠퍼스’ 채널을 통해 세븐일레븐 건대예술점에서 캠퍼스 내 청심대로 제품을 배송시키자 스테이션에 정차돼 있던 뉴비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뉴비는 사전에 뉴빌리티가 정해둔 행로를 따라 성인 남자 기준 발걸음으로 따라잡기 조금 벅찬 속도로 움직였다. 최대 시속 7.3㎞의 뉴비는 앞에 사람이나 장애물이 나타나면 속도를 줄이거나 잠시 멈춰 공간을 파악했다. 뉴비의 평균 속도는 시속 3~4㎞다.
자율주행 배송로봇 ‘뉴비’가 횡단보도 신호에 맞춰 이동하고 있다. 김벼리 기자 |
횡단보도가 나타나자 뉴비는 잠시 멈춰 도로 상황을 파악했다.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뒤에야 뉴비는 횡단보도를 건넜다. 특히 신호등이 있는 횡단보도에서 뉴비는 탑재된 카메라를 통해 신호를 인식했다. 빨간불일 때에는 멈춰 있다가 초록불로 바뀌면 횡단보도를 건넜다.
편의점에 도착하자 근무자가 단말기에 뜬 알람을 보고 준비해둔 제품을 들고 나왔다. 근무자는 뉴비의 뚜껑을 열고는 안에 제품을 넣었다. 뉴비의 적재함은 가로·세로 36㎝, 높이 38㎝로, 6개들이 2ℓ 용량의 페트병 묶음 2개가 충분히 들어갈 정도의 크기다. 근무자가 뉴비의 뚜껑을 닫자 자동으로 잠겼다.
뉴비가 왔던 길을 돌아가 배송 장소인 청심대에 도착했다. 주문자의 휴대전화에 도착했다는 알람이 떴다. 카카오톡으로 확인을 하니 뉴비의 적재함 잠금이 풀리고는 뚜껑이 열렸다. 주문자가 제품을 받고 뚜껑을 닫자 뉴비는 로봇 스테이션으로 다시 돌아갔다.
자율주행 배송 로봇 ‘뉴비’ 이용자가 주문한 제품을 꺼내고 있다. 김벼리 기자 |
자율주행 배송 로봇 ‘뉴비’가 22일 서울 광진구 건국대 서울캠퍼스에서 이동하고 있다. [세븐일레븐 제공] |
세븐일레븐과 뉴빌리티는 이번 3차 실증 테스트를 통해 다수 상권의 다수 점포에서 여러 대의 뉴비를 활용해 다양한 데이터를 축적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이번 테스트에서는 배달 지역을 기존 1곳에서 2곳(주택가·대학가)으로 늘렸고, 뉴비 운영 대수도 3대에서 5대로 늘렸다.
이성은 뉴빌리티 사업전략팀장은 “지난 테스트에서 로봇이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다는 점은 확인했다”며 “이번 실증 테스트에서는 다중 권역에서 로봇을 충분히 운영할 수 있느냐, 서비스 효율을 끌어낼 수 있느냐를 실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2021년 11월 세븐일레븐과 뉴빌리티는 자체적으로 서초아이파크점에 뉴비를 도입해 ‘1점포·1로봇’, ‘1점포·다수 로봇’ 등 자율주행 1차 테스트를 진행했다. 지난해 9월에는 서울 방배동 소재 점포 3곳에서 뉴비 3대를 운영하는 ‘다수 점포·다수 로봇’ 근거리 배달 2차 서비스 테스트를 수행했다.
아울러 이번 테스트에서는 건국대에 한해 뉴빌리티가 새로 선보인 로봇 배달 전용 플랫폼 ‘뉴비오더’의 주문 방식도 테스트 중이다. 이 팀장은 “젊은 대학생이 (플랫폼에 대한) 수용도도 높고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만큼 건국대에서는 자체 개발한 플랫폼을 활용해서 서비스를 더 쾌적하게 제공할 수 있는 부분을 실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율주행 로봇 배송 실증 사업은 이번 테스트가 끝난 뒤 연말에 ‘수요맞춤형 서비스로봇 개발·보급 사업’ 마지막 단계에 프로젝트로 선정이 되면, 내년 최종 테스트를 진행하게 된다. 이후 본격적으로 자율주행 배송 로봇을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 예정이다.
다만 상용화를 위해서는 수익성과 규제 완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현재를 로봇 한 대당 오퍼레이터라고 하는 관리 인력이 무조건 한 명 있어야 한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인건비 등 사업성이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나마 올해 들어 여러 법령의 입법을 통해 자율주행 배송 로봇 사업을 위한 주요 입법 절차가 마무리된 상황이다. 이 팀장은 “로봇이 자율주행을 할 때 비전을 기반으로 한 영상 활용에 저촉되는 부분이 있었는데 그게 올해 2월 입법을 통해 해소됐고 3월에는 로봇이 보행로를 이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며 “4월에도 지능형 로봇법 안에 실외 이동로봇에 대한 근거가 추가됐다"고 설명했다.
kimsta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