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이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정부가 앞으로 5년간의 유통산업 발전에 대한 기본계획인 ‘유통산업발전 기본계획’을 수립하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정작 유통업계는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기본계획이 선언적 성격이 강한 데다, 정권에 따라 그 방향성이 오락가락해서 실질적으로 업계에 끼치는 영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유통가에서는 내년 4월 총선이 업계에 미칠 영향에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민들이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다. [연합] |
20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대한상공회의소 유통물류진흥원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의 의뢰를 받아 제6차 유통산업발전기본계획 수립 연구에 착수했다. 2024~2028년, 향후 5년간 유통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기본 방향을 정하는 내용이다. 과거 사례를 볼때 해당 계획은 내년 4월쯤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산업부 장관은 유통산업의 발전을 위해 5년마다 유통산업발전기본계획을 세우고 시행해야 한다. 기본계획에는 유통산업 기본방향은 물론 ▷유통산업의 국내외 여건 변화 전망 ▷유통산업의 현황·평가 ▷유통산업의 지역별·종류별 발전 방안 등 종합적인 내용이 담긴다.
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친기업’ 성향의 정부에서 짜는 만큼 이번 계획에는 유통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한상의의 연구계획을 보면 대형·중소 유통시장의 ‘상생’보다는 ▷유통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비전·전략·정책방향 제시 ▷유통물류기술 발전에 대한 대응전략 ▷유통산업의 지속성장을 위한 기반조성 ▷국내 유통기업 해외진출 지원 방안 등 유통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전임 정권이 집권했던 2019년 4월 발표된 제5차 유통산업발전 기본계획이 ▷상생협력 강화 ▷유통환경 변화를 중소유통 혁신의 기회로 활용 ▷맞춤형 지원으로 중소유통의 틈새 경쟁력 강화 등을 앞세웠던 것과는 다소 온도 차가 있다.
지난해 대구 최대 전통시장인 서문시장 관문에 '대형마트 의무휴무제 폐지는 전통시장의 고통입니다!' 등의 내용이 담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 |
하지만 업계에서는 대체로 정부의 기본계획 수립 움직임에 무관심한 분위기다. 새로운 기본계획이 실질적으로 유통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5개년 기본계획은 특정한 주제를 가지고 접근하는 게 아니라 포괄적인 내용이다. 그러다 보니 현실하고 동떨어지고 따로 노는 느낌이 있다”며 “그냥 법에서 규정해서 어쩔 수 없이 5년마다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기본계획 수립 작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한 대학 교수는 “일관성도 없고 유통업에 대한 이해가 잘 안 돼서 그때그때 현안만 다루고 있는 실정”이라며 “(기본계획은) 아름다운 수사들로 가득 찬 상징적인 선언문의 성격이 강하다”고 털어놓았다.
오히려 유통가에서는 내년 4월 총선의 귀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형 유통업계의 소망인 유통 규제 완화가 이뤄지려면 입법적 뒷받침이 필요한데, 현재 여소야대 국면에서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대형 유통업체 관계자는 “지금 국회에서 여당이 1당이었다면 정부의 기조에 맞춰 여러 유통 규제를 풀어버렸겠지만 여소야대 국면에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래서 내년 4월까지 일단 유예되고 있는 상태”라며 “총선 결과에 따라 현재 일요일 휴무가 골자인 ‘대형마트 영업 제한’ 등의 시책이 전향적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kimsta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