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직원이 반품 상품을 검수하고 있다. [쿠팡 제공] |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e-커머스 시장이 팽창하면서 역물류(reversed logistics)가 유통업계 화두로 떠올랐다. e-커머스업계가 너도 나도 ‘무료 배송·반품’서비스를 도입한 데다 고물가 시대 리퍼 제품 수요가 증가하면서다. 유통업계도 역물류에 투자하며 ‘반품 재고’에 가치를 불어넣고 있다.
1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최근 반품 전문관 ‘반품마켓’의 상품 카테고리를 가전·패션에 이어 인테리어·식품·생활용품 카테고리까지 확장했다. 11개 카테고리로 운영되던 반품마켓의 상품군은 19개까지 늘었다.
쿠팡의 반품마켓은 회수된 상품을 쿠팡이 직접 검수·재판매하는 코너다. 회수된 상품은 포장 상태, 구성품 검수, 외관 상태, 작동 테스트 등의 검수 절차를 거쳐 4개 등급(미개봉·최상·상·중)으로 나눠 판매된다. 새 상품과 동일하게 무료 배송과 30일 내 반품이 가능하며, 가전제품의 경우 새 상품과 동일한 A/S(애프터서비스)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쿠팡은 일찍이 경기 여주에 반품 전용 물류 센터를 운영하며 역물류에 투자해왔다. 역물류란 상품이 판매됐다가 회수되는 물류 프로세스를 말한다.
쿠팡 관계자는 “올해 2월 가전·디지털 카테고리로 시작한 반품마켓은 현재 다양한 카테고리로 확장해 운영 중”이라며 “앞으로더 카테고리를 더욱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팬데믹을 거치며 역물류 시장은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반품 재고는 계속 증가하는데 이를 그대로 폐기하면 기업 입장에서도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분석 기관인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역물류 시장 규모는 6690억달러(약 850조8342억원)에 이른다. 올해에도 7040억달러(약 895조 3472억원)로, 연평균 5%씩 꾸준히 성장할 전망이다.
역물류의 핵심은 반품 상품을 분류해 재고 가치를 향상하는 일이다. 고객이 단순히 변심해서 반품했는지, 제품에 하자가 있는지 등을 일일이 검수해야 반품 상품도 다시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대부분 사람이 일일이 반품 상품을 개봉하고 제품 상태를 분류한다. 특히 부피가 큰 가구·식품·음료까지 검수하는 일은 반품 검수 과정에서 가장 고된 작업으로 꼽힌다.
때문에 기업은 머신러닝(인간의 학습 능력과 같은 기능을 컴퓨터에서 실현하고자 하는 기술·기법) 등 기술을 도입해 역물류에 투자하고 있다. 미국의 역물류 솔루션업체 옵토로(Optoro)는 자체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머신러닝으로 물건의 훼손 정도와 사용감에 따라 재고를 분류한다. 제품 상태에 따라 가격도 결정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수록 역물류에 대한 수요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기업도 재고 가치를 키우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도 하기 위해 역물류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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