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왼쪽) 롯데그룹 회장이 13일 부산항 북항에서 30개국 주한대사에게 부산의 매력과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역량을 알리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 |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광폭 행보’를 이어가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원롯데(하나의 롯데)’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한일 양국의 주요 사업 확대와 신성장동력 확보를 진두지휘하는 동시에, 정부와의 스킨십을 늘리며 ‘새로운 롯데’ 시대를 맞기 위한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의 부산 유치를 위해 국내외에서 직접 발로 뛰며 ‘민간 외교관’ 역할도 자처하고 있다.
신동빈(오른쪽)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5월 19일 롯데케미칼 ‘에브리 스텝 포 그린(Every Step for Green)’ 전시장에서 100% 재활용이 가능한 자체개발 HDPE 소재로 제작한 ‘가능성(Possibility)’호를 살펴보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 |
13일 재계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글로벌 경영 위기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롯데의 체질을 개선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른바 ‘새로운 롯데’다.
올해 초부터 신동빈 회장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강조해왔다. 신년사에서 “새로운 영역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 신동빈 회장은 상반기 VCM(옛 사장단 회의)에서도 올해의 경영 목표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회사가 돼 기업 가치를 제고하는 것’을 내세웠다.
신동빈 회장이 약 3년 만에 롯데칠성음료 사내이사에 복귀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2월 신동빈 회장은 유니클로 브랜드를 운영하는 FRL코리아의 등기임원에서 물러난 뒤 그 다음달인 3월 롯데칠성음료 사내이사에 복귀했다. 이를 두고 재계에서는 롯데칠성음료 등 그룹의 주요 성장축을 맡은 계열사에 집중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실제로 롯데는 지난달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헬스앤웰니스(건강)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뉴라이프 플랫폼, 4가지를 주력 사업으로 삼고, 인수·합병 등을 통해 이들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중 롯데칠성음료는 건강기능성 식품을 중심으로 헬스앤웰니스 분야에서 주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가 올해 4월 롯데어워즈 대상에 제로슈거 소주 ‘새로’를 기획한 롯데칠성음료 소주BM팀을 선정한 것도 롯데칠성음료에 힘을 실어주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9월 출시한 새로는 올해 4월 누적 판매 1억병 판매라는 성과를 낸 바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그룹 제공] |
또 롯데의 CVC(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탈)인 롯데벤처스는 하반기 중 미국 실리콘밸리에 지사를 만들고 아시아에 진출하려는 현지 스타트업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푸드테크나 e-커머스(전자상거래), 헬스케어 등 그룹과 시너지를 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
동시에 신동빈 회장은 원롯데(하나의 롯데)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힘을 싣고 있다. 한일 통합 경영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양국에서 쌓아온 롯데의 인프라를 활용, 시너지를 내야 한다는 복안이다.
최근 한국 롯데지주와 일본 롯데홀딩스 산하에 ‘미래 성장 태스크포스(TF)’를 만든 것도 이런 점을 보여준다. 앞으로 양국 TF는 긴밀히 협력하며 그룹의 중장기 비전과 관련한 미래 성장 동력을 발굴하고 조직의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재계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가 향후 이 조직에서 주요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롯데케미칼과 일본 롯데홀딩스에 모두 발을 담그고 있는 신유열 상무가 자연스레 한일 양국의 신사업 발굴을 위한 적임자로 떠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8일까지 일본 교토에서 열린 소비재포럼(CGF·Consumer Goods Forums) 글로벌 서밋에 참석해 2030 세계박람회(엑스포) 후보 도시인 부산을 홍보했다고 롯데그룹이 7일 밝혔다. 신 회장(왼쪽)이 라몬 라구아르타 펩시코 최고경영자(CEO)와 부산 엑스포 포토존에서 촬영하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 |
신동빈 회장은 2030 부산엑스포 유치에도 유독 ‘진심’이다. 동·하계 올림픽, 월드컵과 더불어 ‘세계 3대 국제행사’로 꼽히는 엑스포는 올해 11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비밀투표로 개최지가 결정된다.
연초부터 신동빈 회장은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 참석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과 함께 부산엑스포를 선전했다.
특히 신동빈 회장은 개인적으로도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이날 민간 외교단체 ‘아시아소사이어티(Asia Society) 코리아’ 설립 15주년 기념 행사의 일환으로 30개국 대사들과 함께 2030 엑스포 후보지인 부산항 북항을 찾았다. 아시아소사이어티 코리아는 신동빈 회장이 2007년 10월 설립한 민간외교단체다. 그는 출범 이래 줄곧 회장 직을 맡아 각국 대사관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문화·외교적 교류를 확대해왔다.
신동빈 회장은 이날 조유장 부산시 조유장 부산시 2030엑스포추진본부장과 함께 엑스포 홍보관·후보지를 둘러보며 부산의 매력과 엑스포 유치 역량을 대사들에게 설명했다.
또 이달 초 일본 교토에서 열린 ‘소비재포럼(CGF) 글로벌 서밋’에서도 신동빈 회장은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들과 만나 직접 부산엑스포를 알렸다. 미팅 장소인 롯데 미팅룸에 ‘벨리곰과 함께하는 부산엑스포 포토존’을 마련하기도 했다. 행사 마지막 날 저녁에는 ‘롯데 나이트(LOTTE Night)’ 행사를 열고 글로벌 소비재 기업 24곳의 경영진을 대상으로 부산의 매력과 개최 역량을 소개했다.
지난달 24일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호텔 월드에서 열린 호텔롯데 창립 50주년 기념식에서 주요 참석자들이 50주년 비전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가운데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호텔 제공] |
이달 3일에도 신동빈 회장은 인천 베어즈베스트 청라 골프클럽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롯데오픈 현장을 찾아 “엑스포 개최지 선정을 6개월 여 앞둔 중요한 시기인 만큼 남은 기간 롯데의 역량을 총동원해 부산엑스포의 성공적 유치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3월에는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위원회·부산시와 함께 부산엑스포 유치를 위한 협력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이처럼 신동빈 회장이 부산엑스포 선전에 공을 들이는 것은 롯데의 국내 연고지가 PK(부산·경남) 지역이기 때문이다. 선친이자 롯데 창업자인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고향이 울산시 울주군 삼동면 둔기리인 데다, 그가 롯데의 모태기업인 롯데제과(현 롯데웰푸드)로 사업을 시작한 곳도 부산시 연제구 거제동이다. 부산은 롯데와 신격호 명예회장의 ‘실질적 고향’인 셈이다.
더욱이 부산본점은 롯데백화점 전체 점포 중 매출 3위이고,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의 연고지도 부산이다. 특히 신동빈 회장은 올 시즌 31년 만에 우승을 도전 중인 롯데자이언츠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자이언츠는 이날 현재 3위를 기록 중이다. 지난달 신동빈 회장은 9연승을 달성한 롯데자이언츠 선수단에 약 3800만원 상당의 선물을 전달하기도 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달 23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잔디마당에서 열린 ‘2023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서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 |
신동빈 회장은 정부·재계와 스킨십도 이어가며 원만한 관계를 쌓고 있다. 그는 올해 초 7년 만에 열린 ‘2023년 경제계 신년 인사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추경호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등 각 부처 장관·청장급 기관장들이 참석했다. 재계에서도 신동빈 회장, 이재용 회장, 정의선 회장, 구광모 회장 등 주요 관계자들이 자리했다.
신동빈 회장은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 일정에도 빠지지 않고 동참하고 있다. 3월 한일 정상회담 이후 일본 도쿄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 회관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에 신동빈 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윤 대통령이 4월 미국에 국빈으로 방문할 때도 신동빈 회장은 이재용 회장, 최태원 회장 등과 함께 경제사절단에 이름을 올렸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달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경내에서 열린 ‘제34회 대한민국 중소기업인대회’에도 얼굴을 비쳤다. 통상 해당 대회에는 주요 그룹 총수가 참석하지 않았지만, 지난해부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 의지를 다지자는 차원에서 일부 총수가 참석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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