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이 코스메틱 스타트업 구다이글로벌의 한방 스킨케어 브랜드 ‘조선미녀’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 [구다이글로벌 제공] |
[헤럴드경제=신주희 기자] 한국 뷰티 시장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불고 있다. 뷰티업계가 최대 소비처인 중국 대신 북미로 눈을 돌리면서다. 실제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 등 대기업, 즉 빅브랜드 대신 국내 중소 브랜드 제품이 북미 시장에서 선방 중이다.
9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5월 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전년 동월 대비 8% 감소했다. 국내 화장품 수출의 50%를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서 부진이 컸던 탓이다. 실제로 한국무역통계진흥원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 1~4월 중국 화장품 수출액은 390억7636만 달러로 전년 동기(550억 383만달러)에 비해 29% 감소했다. 업계는 이 같은 분위기가 5월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중국에서 K-뷰티의 자리는 자국 화장품이 대체했다. 중국 내 소비 회복이 더딘 데다 자국 제품 선호 현상인 '궈차오((國潮·애국소비)' 열풍이 맞물린 결과다. 특히 5월에는 ‘한한령 부활’ 조짐까지 보이면서 중국 내 K-뷰티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반면 북미 시장에서는 K-뷰티의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K-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K-팝 아이돌, 한국 배우들의 메이크업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커졌다.
CJ올리브영에 따르면 1분기(1~3월) 올리브영 글로벌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0% 가량 증가했다. 매출 가운데 80% 가량이 미국에서 발생했다.
캐나다에서도 한국 뷰티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캐나다의 최고급 백화점 홀트 렌프류는 올 하반기 전국 7개 매장에서 한국의 뷰티 제품을 한곳에 모아 소개·판매하는 ‘K-라이프스타일 로드쇼’를 계획하고 있다.
북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브랜드는 ‘조선미녀’다. 조선미녀는 코스메틱 스타트업인 구다이글로벌의 한방 스킨케어 브랜드다. 오히려 한국인에게는 생소한 브랜드일 정도다. 대표 제품은 ‘맑은쌀선크림’으로 해당 제품이 입소문을 타면서 올리브영 글로벌몰에서도 베스트셀러 2위에 오르기도 했다.
성공 비결으로는 바로 ‘빅모델’이 아닌 틱톡, 뷰티 유튜버 등 SNS(사회관계망서비스)가 꼽힌다. 조선미녀는 2월 91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한 해외 틱톡커의 영상에 등장했다. 이후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불티나게 팔리기 시작했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배우, 아이돌 등 빅 모델을 발탁한 것과는 다른 행보다. 앞서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8월 ‘설화수’의 브랜드 모델을 그룹 블랙핑크 멤버 로제로 발탁한 데 이어 최근 헐리우드 배우 틸다 스윈튼을 엠배서더로 함께 선정했다.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해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끈 스타를 배치한 것이다. 그러나 모델 비용 등을 고려했을 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까지 어떻게 알았는지 국내에서 유명한 뷰티 브랜드보다 중소 브랜드를 찾는다”며 “이에 맞춰 유통업체도 역으로 중소 브랜드를 발굴해 제품을 입점시키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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