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거킹 ‘와퍼’ 메뉴. [버거킹 제공] |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 최근 서울역에 위치한 버거킹 매장을 찾은 20대 김모 씨는 메뉴판에 표시된 가격을 보고 깜짝 놀랐다. 대표 상품인 ‘와퍼’ 단품 가격이 7000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햄버거 단품과 음료, 감자튀김을 포함한 세트 메뉴는 가격이 1만원에 육박했다. 김 씨는 “얼마 전에만 해도 5000~6000원에 가볍게 때우는 한 끼로 햄버거를 사 먹었다”라며 “지금은 그 돈으로 편의점 도시락 정도만 살 수 있다. 햄버거 값이 왜 자꾸 오르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가속화된 업계의 도미노 가격 인상이 끝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햄버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7% 선을 웃돌며 19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피자는 12.2%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5년 만에 가장 많이 올랐다. 치킨도 둔화세가 멈추고 8개월만에 반등했다.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가격을 인상하면서 외식 물가가 급격하게 오르고 있다.
지난달 햄버거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9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연합] |
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햄버거 물가는 지난해 4월보다 17.1% 비싸졌다. 햄버거 물가 상승률은 2004년 7월 19% 이후 18년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햄버거 물가 상승률은 2월 7.1%에서 3월 10.3%로 상승세가 가팔라졌다.
지난달 피자 물가 상승률은 12.2%였다. 2008년 11월(13.2%) 이후 14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올해 1월 8.8%에서 2월 10.7%, 3월 12.0%로 지속해서 올랐다.
그동안 둔화세를 이어오던 치킨 물가 상승률도 지난달에는 다시 반등했다. 지난달 치킨의 물가 상승률은 6.8%로 지난 3월보다 1.6%포인트 높다. 치킨의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8월(11.4%)부터 올해 3월(5.2%)까지는 7개월 연속 둔화했는데, 지난달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4개월 만에 3%대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햄버거, 피자, 치킨 등 주요 외식 물가만큼은 고공행진 중이다. 최근 1년 사이에만 주요 프랜차이즈가 3차례나 가격을 올렸기 때문이다.
롯데리아는 2021년 12월 제품 가격을 평균 4.1% 올린 데 이어 지난해 6월에도 5.5% 인상했고, 올해 2월 또다시 5.1% 올렸다. 맥도날드는 지난해 2월, 8월에 이어 올해 2월 일부 메뉴 가격을 평균 5.4% 올렸다. 버거킹은 지난해 1월, 7월에 이어 올해 3월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KFC도 지난해 1월과 7월에 이어 올해 2월까지 세 차례 인상했고, 맘스터치는 지난해 2월과 8월에 이어 올해 3월까지 세 차례 일부 메뉴 가격을 올렸다.
프랜차이즈업계는 밀가루와 식용유를 비롯한 식재료 가격과 인건비 등 제반 비용이 전반적으로 올랐기 때문에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그나마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압박에 나서면서 이들도 정부 기조에 일부 협조하고 있지만, 실적 부진이 지속되면 다시 가격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업계 관계자는 “원재료 가격이 고점 대비 하락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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